[시그널] 2분기 2건 그쳤는데...BBB등급 회사채 3분기도 암울

한진 등 9곳 만기 돌아오지만
금리 더 높여도 투자수요 없어
청약 날짜조차 확정하지 못해


BBB급 회사채가 국내 전체 회사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가 채 안 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지난해 2·4분기에 12곳이 7,790억원을 발행하면서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BBB 등급의 기업들이 올해 2·4분기에 조달한 자금은 300억원. 키움캐피탈과 한양이 발행에 성공했다. 이들도 금리를 크게 높이고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수요를 겨우 채웠다. 시장 물량을 줄이면서 인수사와 발행조건을 협의해 마치 사모채 같은 공모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1년 새 발행기업은 6분의1, 발행 규모는 26분의1로 줄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13일 “BBB급 등급의 기업들이 회사채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라면서 “금리를 높여도 투자 수요는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 3·4분기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BBB등급 기업은 HDC현대산업개발(294870) 등이 줄줄이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 실적이 급격하게 저하되면서 등급변화도 진폭이 커지고 빨라질 수 있는 환경”이라며 “등급과 금리보다는 펀더멘털이 우수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 선호가 뚜렷해 비우량 등급의 스프레드 축소가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BBB등급 회사채 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으면서 채권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BB등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전에는 A급 대비 1배 수준이었으나 최근 약 3배까지 급등했다. 등급 간 금리차이도 과거 2~3% 대비 4% 이상으로 확대된 스프레드가 고착화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기관 차입보다 오히려 채권금리가 더 높은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BBB등급 기업들 모두 직접금융창구가 막힌 상황”이라며 “자금을 비축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채권시장이 기능하지 못하면서 경제 체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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