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적 -45%에 난기류 vs 투자자들 실적 안 본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분기 어닝시즌 본격 막올라
코로나 재확산에 경기회복 미궁

미국 기업들이 13일(현지시간)부터 어닝시즌에 돌입했다. /AP연합뉴스

펩시가 13일(현지시간)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내놓으면서 0.33% 올랐습니다. 이날부터 2·4분기 실적발표가 본격화하는 것인데요. 14일에는 JP모건과 씨티그룹, 웰스파고의 실적보고가 예상돼 있습니다.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JP모건도 1.43% 상승했는데요.

시장에서는 이번 어닝시즌을 두고 향후 증시에 난기류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현재 투자자들은 실적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맞섭니다. 다가오는 실적 발표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S&P500 기업 2분기 -45%...에너지 등 11개 모두 마이너스
우선 2·4분기 실적이 나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2·4분기 실적은 평균 전년 대비 -44.6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너지(-149.93%)를 비롯해, 소비재(-118.92%), 산업(-88.8%), 금융(-55.18%) 등이 높은 수준의 감소폭을 보일 전망입니다. 현재로서는 11개 종목 모두가 마이너스로 보이는데요. 내년 1·4분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서지만 3·4분기에도 이익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입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당 수 기업들이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한 상태여서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당장 14일부터 실적을 줄줄이 내놓은 은행주들은 1·4분기보다 실적이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마이크 마요 웰스파고 리서치 헤드는 “은행들은 1·4분기보다 나쁜 최악의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고 배치 그라섹 모건스탠리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대형 은행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급증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실제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33개 대형 은행의 대출손실이 5,600억달러에서 최대 7,000억달러(약 84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총 자본비율이 지난해 말 12%에서 7.7~9.5%로 낮아지는데요. 연준이 연말까지 자본유지계획을 내라고 한 만큼 올해 실적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가오는 어닝시즌은 눈을 가린 채 비행하고 있는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에게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거꾸로 은행들의 실적이 향후 증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 실적이 예상보다 좋으나 그렇지 않느냐에 달렸다는 얘기죠.

부양책에 계속되는 백신소식, 경기회복이 더 중요
하지만 2·4분기 실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최고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기업실적이 아니라 경기부양책과 글로벌 회복세, 백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수주 내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1~2조달러 규모의 부양책과 중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의 경기회복, 최근 이어지고 있는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핵심이라는 겁니다. 이날도 미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앤택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미 보건당국은 여름이 끝날 때까지 백신 생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실적의 경우 주가의 중요 구성요소지만 2·4분기가 최악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2·4분기 기업이익이 약 44%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2008년 4·4분기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기업들이 회복 신호를 보내는 한 시장은 급격한 이익 감소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부담입니다. 당장 캘리포니아주는 이날 코로나19 재확산에 식당과 극장, 박물관 등의 영업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는데요. 이 같은 락다운(lock down) 재개는 기업 실적과 경기회복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최근에는 경기회복세가 미궁에 빠졌다는 분석도 많은데요. 아직은 남부의 ‘선벨트’ 중심이라지만 더블딥(double dip·이중침체)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백신이 나오더라도 지속기간과 효능 면에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