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위패와 영정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영결식 후 시청을 떠나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권욱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을 통보받고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이 확실시되면서 박 전 시장에게 누가 관련 내용을 유출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인 고소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4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다음날인 9일 오전 2시30분까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청에 보고했고 경찰청은 당일 오후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경찰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것은 맞지만 박 전 시장에게 통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가회동 공관을 나와 골목길을 걷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9일 오전 청와대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박 전 시장에게 통보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전 시장의 사망 당일을 전후로 한 행적을 보면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한 것은 8일 오후에서 9일 오전 사이로 추정된다. 박 전 시장은 9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고 10시40분에 부득이한 사정을 이유로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어 오전 10시44분 서울 가회동 공관을 홀로 나섰다.
청와대와 경찰, 서울시는 여전히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알게 된 경로를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나 경찰 내부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든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통보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고소인 역시 박 전 시장을 고소하면서 무엇보다 보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 측 대리인인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는 고소 사실을 박 전 시장에 알린 적이 없고 오히려 신속하게 조사를 받기 위해 담당 수사팀에게 절대 보안을 요청드렸다”며 “하지만 고소와 동시에 박 전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상황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