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유연하게 제작된 예비전지에 전선을 연결해 전구를 켜는 시연장면. 예비전지를 구긴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이 생성돼 전구의 빛을 밝히고 있다. /사잔제공=고려대
인체에 부착하는 각종 착용형 전자기기(웨어러블 기기)들이 속속 나오면서 안정적으로 예비전력을 제공할 배터리의 필요성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종이처럼 구길 수 있고, 장기간 보존 가능한 신개념 예비전지를 개발해 눈길을 끈다.
고려대학교는 김도현 전기전자공학부 연구교수와 김규태 교수 연구팀이 이처럼 유연성과 보존성을 갖춘 예비전지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예비전지란 평상시에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가 필요할 때 전지에 전해액을 주입하여 즉시 전기를 생산하는 배터리여서 장기보존해도 자연방전 현상을 피할 수 있다.
기존의 예비전지들은 전형적인 배터리 구조 및 형상에 머물러 있어서 휴대하기 불편했다. 반면 김도현·김규태 교수팀이 개발한 예비전지는 접고 구겨도 될 정도로 유연한 종이전극을 사용해 다양한 조건에서 휴대하는데 적합하다. 해당 종이전극은 알루미늄 금속을 음극으로, 탄소나노튜브와 셀룰로스(cellulose)를 양극으로 삼아 제작됐다.
종이처럼 구길 수 있는 예비전지의 구조. 음극으로 알루미늄 금속, 양극으로 탄소나노튜브 및 셀룰로스를 사용했다. /자료제공=고려대
해당 예비전지를 사용하려면 우선 전지의 표면에 있는 구멍을 통해서 전해액을 주입한다. 그러면 전지는 공기를 연료로 사용하여 음극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금속을 수산화 알루미늄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전자가 발생하면서 전력이 생성된다. 전압은 주입하는 전해액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심지어 바닷물을 주입해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성한다. 전지를 종이처럼 구겨도 전기가 안정적으로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 유연하게 구부리고 펼 수 있는 플렉서블 기기의 전력원 뿐만 아니라 해상구조용, 군용 및 재난용 비상전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내용은 영국 왕립화학회( RSC) 인터넷 홈페이지에 ‘Giving longer life to wearable batteries(웨어러블 전지의 수명 연장하기)’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됐다. 정식 논문 제목은 ‘Foldable water-activated reserve battery with diverse voltage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