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기대하며, 최악에 대비하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4일 ‘2020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 열고 벤저민 디즈레일리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을 인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최악을 대비하면서도 최선을 기대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날 창사 이래 처음 웨비나(Webinar·웹 세미나) 형식의 VCM을 개최한 신 회장은 대표이사들에게 “‘애프터 코로나’가 곧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가 내년 말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며 “지난해 대비 경제활동이 70~80% 수준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러한 ‘70% 경제’가 뉴노멀이 됐다”고 말했다.


‘70%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무 방식을 되돌아보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 이날 신 회장 발언의 핵심이다. 특히 신 회장은 국제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쇼크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국제정치적으로 불안한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고 투자도 리쇼어링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 사업을 진행할 때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신 회장은 해외 사업뿐 아니라 국내에도 아직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사 간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업의 경쟁력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일본에서 귀국한 뒤 주말마다 유통매장 등 전국의 롯데 사업장을 방문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직접 가서 보니 잘하는 것도 있지만 부족한 점도 보였다”며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새로운 사업,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이 어떤지 재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이어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위축되지 말고,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달라”면서 “‘위드 코로나’의 어려운 상황이 2~3년 계속되겠지만 이 기간을 우리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대표이사들을 격려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