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뜯어보면 수많은 숫자가 난무한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어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인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오는 2022년까지여서 그 이후 사업의 연속성이 담보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은 눈에 띄지 않아 민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촉발시킬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한국판 뉴딜은 재정투자가 중심이지만 규제 혁파와 제도 개선 과제도 함께 추진된다”며 “이를 토대로 민간이 대규모 투자와 새 산업을 일으키는 등 화답하는 펌프질이 있어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수요를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위해 6년간 국비 114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만큼 디지털·그린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 기반 구축 및 규제 개선을 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36쪽 분량의 자료에서 제도 개선 관련 내용은 단 두 줄에 불과하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위장이 이날 밝힌 10대 대표과제 제도개선 사안을 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재택의료 건보 수가 시범사업 확대(스마트 의료), 사업용 수소차 연료보조금제 단계적 도입 등 정도에 그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 유망한 분야에 대한 투자라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전문인력 양성과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민간이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후속으로 발표할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의 세부내용에서 구체적인 제도개선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정권까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그랜드 플랜’에 대한 우려도 크다. 2022년 새 정권이 출범하면 정책에 새 옷을 입히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기가 2년 남짓 남은 정부가 이처럼 6년 단위의 계획을 내놓은 것도 남은 기간 지출을 늘리는 정도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으나 과거 사례를 보면 새로운 정권이 새로운 정책을 들고 나와 끊어져버렸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조지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