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이미지투데이
전기통신금융사기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12월 13일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법령·제도, 범정부 대책 및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공조체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2012년 금융위원회 소속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대책협의회(협의회)’를 창설하고도 이를 사실상 운영하지 않았다. 해당 협의회에는 금융위, 금융감독원, 법무부,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7개 기관이 참여한다. 협의회는 2012년 12월 ‘신·변종 수법 출현 시 경찰청·금감원과 보이스피싱 합동경보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2013∼2014년 두 차례 합동경보를 발령한 이후 각 기관의 전담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각 기관이 각각 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의회는 전화 가로채기 앱과 가상화폐 등 신·변종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적기에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전화 가로채기 앱에 대한 모니터링은 2016년 10월로 피해사례를 접수한 시점에서 무려 32개월이 지난 후에 이뤄졌다. 가상화폐도 피해접수 이후 24개월이 지난 2017년 7월 대책이 마련됐다.
경찰청·과기정통부는 대면편취·스미싱 등 신·변종 수법을 막기 위해 법령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협의회 안건으로 제출하거나 소관 부처에 법령개정을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대출·허위결제 유형의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의 부처 간 공유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될 수 있는 금융회사를 사칭한 불법대출 및 허위결제 문자메시지를 분류해 전화번호 등을 별도로 관리하지만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의 이용중지(1∼3년) 요청은 경찰청·금감원 등에서 가능하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방통위와 경찰청, 금감원 간 전화번호 등 자료를 공유하도록 협의·조정하거나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고, 방통위도 신고받은 전화번호를 경찰청, 금감원 등에 제공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대면편취·절도형 보이스피싱이 지난 2016년 17%에서 2019년 49%로 늘고 있는 상황에도 사용된 전화번호 이용을 중지할 법적 근거도 없었다. 경찰청은 지난 2017년 9월 송금·이체행위가 없는 대면편취·절도형 등에 사용된 전화번호도 이용중지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필요성을 검토했으나, 현재까지 관련 부처인 금융위,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 과기정통부 장관, 경찰청장 등 관련 기관에 이런 문제점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주의를 요구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