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업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현대카드의 상업자 표시 전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PLCC카드 성과가 뚜렷해서다. 현대카드는 올해 1·4분기 신규 회원만도 전년 동기 대비 10%(77만명)가 증가했고, 신용판매 취급액도 같은 기간 8% 늘어난 23조2,742억원을 기록해 업황 불황을 탈출하고 있다.
14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PLCC 출시한 곳은 신한·하나·롯데·우리·현대카드 등으로 이 가운데 현대카드는 국내 1등 사업자들과 협약을 맺는 등 PLCC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베이코리아와 손잡은 ‘스마일카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전용카드에 선정됐고, 올해만도 대한항공에 이어 스타벅스·배달의민족과 잇따라 PLCC 협약을 맺었다.
PLCC는 카드사가 여신관리 등 카드 업무를 전담하되 카드사와 기업이 비용과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다. 고객 소비 성향·취향 등의 데이터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현대카드는 PLCC를 통해 카드사 고정관념을 탈피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배달의민족과의 협약에서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PLCC파트너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카드 혜택을 예고했다. 실제 지난 7일 진행된 배달의민족과의 PLCC협약식 현장에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혹시 우리 의견이 현대카드의 브랜드 정체성과 충돌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말하자, 정 부회장은 단호하게 “새로 나올 PLCC카드는 배달의 민족 카드”라고 답했다. 두 회사의 협약식 사진에서도 정 부회장의 의지가 드러났다. 파트너에게서 정답을 찾고자 하는 현대카드의 취지대로 두 회사 관계자 12명이 전부 ‘배민라이더’의 민트색 헬멧을 쓰고 기념촬영을 했다. 정 부회장은 최고경영자(CEO)들이 기념 판을 들거나 악수하는 일반적인 협약식 사진은 PLCC의 의미를 충분히 담지 못한다고 여겼다. 대신 정 부회장을 포함한 현대카드 관계자 모두가 민트색 헬멧부터 치킨, 피자, 보쌈 등 배달 음식에 이르기까지, 배달의민족을 상징하는 소품들을 머리에 쓰거나 손에 들었다. 현대카드의 색채는 제외하고, 배달의민족을 부각시킨 셈이다. PLCC파트너를 통한 카드의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찾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태영(두번째 줄 왼쪽 세번째)현대카드 부회장과 김봉진(세번째 줄 오른쪽 다섯번째)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지난 7일 PLCC협약식을 맺으며 배민라이더 민트색 헬멧을 쓰고 있다.
그동안 카드업계는 현대카드의 PLCC 전략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기존 제휴카드와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지난해 취급액 증가액이 5조원에 달하자 제휴카드와 PLCC카드의 경쟁력 분석에 착수한 카드사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제휴카드의 경우 카드사가 항공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부담을 갖게 된다”며 “반면 PLCC카드는 항공사와 카드사가 똑같이 비용을 부담하게 돼 카드사로서는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은 카드사와 함께 비용과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제휴카드보다 더 많은 혜택을 PLCC카드에 부여해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대카드의 승부수는 빅데이터 확보다. 현대카드는 PLCC를 통해 고객 소비 성향·취향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단순한 결제 수단에 그치지 않고 PLCC카드를 통해 구축되는 빅데이터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