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2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선도형 경제’ ‘포스트 코로나’ 등을 언급하며 규제 혁파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21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각 정부 부처가 줄줄이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규제가 제 길을 못 찾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규제의 효과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편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자 급기야 이번 정부 들어 22번째인 7·10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에 대한 세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차익=불로소득’인 만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진 듯하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대책들은 일명 투기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오히려 급격히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실수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점차 요원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들 역시 집값 상승으로 인한 임차료 증가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만능주의가 서민들의 삶만 더욱 힘들게 하는 부작용만 낳고 말았다.
이러한 규제 만능주의의 도그마는 기업 관련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내부거래=부정거래’라는 도그마에도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재벌 총수 2·3세가 투자한 회사와 거래하는 행위를 일명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부정거래로 보고 이에 대한 이중·삼중의 규제를 가하는 것도 모자라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그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하려 하고 있다.
현행 규제에서는 계열사와 50억원 이상 거래 시 사전에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이를 공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특수관계인이 30% 이상 투자한 상장사(비상장사의 경우 20%)와 거래할 때 경쟁 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 일명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가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상법에서도 내부거래를 규제한다. 이사는 물론이고 주요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회사와 거래할 때 사전에 이사회 승인을 얻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법에서도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증여로 의제해 세금을 부과한다. 이처럼 정부는 내부거래에 대해 삼중의 규제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판단했는지 이번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가 위축되면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거래가 금지된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하면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이 손해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만능주의는 검찰의 과잉수사로도 진화한 듯하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사건의 경우 동일 사안에 대해 이중으로 수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증거확보가 어려운지 부정거래·시세조종 혐의까지 추가하는 등 별건 수사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보면 검찰 역시 ‘재벌총수=유죄’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 부회장 사건은 본질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검찰수사로 인해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는 시선들도 많다. 어찌 됐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내게 된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도그마에서 벗어나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하는 검찰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