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수석부회장의 ‘전기차 배터리 2차 회동’이 예고됨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온다.
현재 전기차시장은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인 미국의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배터리 자체 생산을 계획 중인데다 경쟁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통해 향후 전기차시장을 독점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세계 최고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업체인 삼성과 수소차를 비롯해 미래 자동차시장에 ‘올인’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손잡을 경우 ‘테슬라 독주 체제’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21일 현대차그룹의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정 수석부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 5월 충남 천안의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에서 회동한 이후 두달여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갖는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글로벌 1위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후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오토’를 출시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내년부터 주행거리 600㎞ 이상, 에너지 밀도는 20% 이상 높인 5세대 배터리(젠5) 양산에 나서며 관련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수소차와 전기차 ‘투트랙’ 전략을 통해 미래차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까지 23차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며 2025년에는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기록해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배터리 외에 전장,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반도체 부문 선두 업체인 삼성과의 협업이 필수인 셈이다. 이미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는 도요타-파나소닉, GM- LG화학, 폭스바겐-SK이노베이션 등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2차 회동에서는 5월 1차 회동의 핵심 주제였던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한 추가 협업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께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 도요타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지만 삼성과 현대차그룹 간 협력으로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2018년 미국의 배터리 전문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투자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에 꾸준히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양사의 협업이 향후 자율주행차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 그룹 총수의 회동 장소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을 연구하는 남양기술연구소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하드웨어(HW)3’에 ‘엑시노스’칩을 제공하며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40억달러 규모의 자율주행 조인트벤처 설립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특히 자율주행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양사의 협업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모델S·모델3·모델X·모델Y 등에서 확보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50억㎞ 규모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발주자인 삼성·현대차로서는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기술 고도화 외에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 수석부회장과 SK·LG그룹 총수 간의 2차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전날 청와대 행사에서 “최근 삼성·LG·SK를 차례로 방문해서 배터리 신기술에 대해 협의했으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향후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LG화학·SK이노베이션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양철민·서종갑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