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의 EUV 장비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올 2·4분기에 직전분기 대비 2배 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대만 TSMC 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초미세화 경쟁 덕분에 ASML의 이익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등극을 공언한 만큼 ASML의 매출 상승세는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ASML은 올 2·4분기에 33억2,600만 유로의 매출과 7억5,100만 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매출은 직전분기의 24억4,100만 유로 대비 36%, 순이익은 직전분기의 3억9,100만 유로 대비 92%씩 각각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더라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와 57%씩 늘어 실적 상승세가 돋보인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이 같은 매출 증대는 ‘없어서 못판다’고 알려진 EUV 장비 덕분이다. 최근 반도체 미세 공정이 5나노(10억분의 1m) 수준까지 초미세화 되면서 파운드리 업체 사이에서는 1대당 2,000억원 수준인 EUV 장비 확보가 필수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기반 노광장비로는 미세공정 수준을 7나노 공정 이하로 고도화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파운드리 등 주요 파운드리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초미세공정 시장 진출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EUV 장비를 파운드리에 도입 중인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 뿐이며 ASML이 이들 업체의 발주 수요를 못 맞출 정도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 실제 ASML은 올 2·4분기에 9대의 EUV 장비를 출하했으며 3대의 EUV 장비 예약을 접수하는 등 제품 수요가 꾸준하다. 삼성전자는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도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라 ASML의 실적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000660) 또한 EUV 장비 도입을 검토중이다.
EUV 기반의 파운드리 1위 경쟁 구도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ASML의 EUV 장비 도입을 바탕으로 올 2·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직전 분기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18.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TSMC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관련 주요 안건을 챙기며 관련 사업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TSMC의 올 2·4분기 점유율은 직전분기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51.5%로 과반 점유율이 조만간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2년께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가동에 나설 계획이며 TSMC 또한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3나노 공정을 가동할 예정이라 EUV 공정 기반의 초미세화 경쟁이 한층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자리에서 “이번 수익개선은 EUV 장비 수익 향상 외에 DUV(심자외선) 장비의 효율적 판매 덕분”이라며 “다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ASML은 올 3·4분기 매출 예상치를 36억~38억 유로로 제시하며 이익 상승세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올 3·4분기에 5억4,500만 유로를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자해 기술 고도화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