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악 실업, 코로나 탓하며 청년 울분 외면할 건가

지난달 실업자와 실업률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실업률(4.3%)과 청년실업률(10.7%) 모두 6월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6.8%까지 올라갔다. 취업시장 진입 계층인 25~29세의 실업률(10.2%)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선을 돌파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33만8,000명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17만명 줄었고, 30대와 40대에서 각각 19만5,000명과 18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 산업에 코로나19의 영향이 미쳤으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대면 서비스였다”며 코로나19 탓으로 돌렸다. 한술 더 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취업 기회를 빼앗긴 젊은이들은 정책 책임자들의 딴 나라 얘기에 기가 막힌다. 최악의 실업난은 따지고 보면 정부 탓이 크다. 공기업들이 억지춘향식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다 보니 신규 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서는 강성 노조가 제 밥그릇 빼앗기지 않으려고 구조조정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청년들은 발도 들여놓지 못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만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벌리고 반(反)기업 규제를 밀어붙여 일자리를 증발시킨 책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고령층의 단기 취업 확대를 위해 ‘세금 일자리’를 급조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정치구호에 매몰된 대가를 애먼 청년들이 치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14일 ‘한국판 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 구조 조정 없는 ‘뉴딜’은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또 하나의 구호로 전락할 뿐이다. 노조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제아무리 뛰어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법이다. 기업이 신명나게 사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청년들도 내일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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