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오해와 진실]美 "4~6주뒤 백신생산" 밝혔지만…접종까진 1년 더 걸릴듯

美 모더나 "임상서 전원 항체 생겨"
효과·안전성 검증까진 첩첩산중
완치자도 2~3개월 뒤 항체 사라져
집단면역 의구심..접종완료 장시간
넘 무리수 두면 '백신의 역습' 우려
"트럼프 대선 앞두고 강행" 우려도
국내백신은 내년 여름 임상3상 전망


세계 최대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미국에서 갑자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치 머지않아 코로나19 백신을 쉽게 맞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백신 속성상 효과와 안전성 검증이 쉽지 않은데다 과연 접종 후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백신의 역습’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선거(11월3일)에 따른 ‘정치적 복선’과 기업의 ‘주가부양’ 관점에서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4~6주 내 백신 생산 가능?=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현지시간) “정확히 언제부터 백신 재료가 생산될 것이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4∼6주 이후일 것”이라며 “여름이 끝날 즈음에는 활발히 제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미 장비를 구입하고 일부는 원재료를 매입 중이라는 것이다.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백신이 성공한 뒤 만들면 시간이 걸려 임상시험 실패 시 버릴 것을 각오하고 먼저 약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접종 시점이 1년 후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베스트 시나리오라면 내년 초 접종 개시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잇단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효과가 입증되기 전에 위험성을 감수하고 백신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중국도 효과에 관한 증거도 없이 (군인이나) 해외 노동자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이 잘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어떤 백신 후보가 안전성과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 대상자 항체 모두 생겨?=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2상에서 대상자 45명 모두가 항체가 생기고 입원이나 사망을 초래할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14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공개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게 28일 간격으로 두 번 접종했는데 코로나19 회복자에게서 보이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평균치 이상의 중화 항체가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잠정결과를 발표할 때는 45명 중 8명한테 중화항체가 생겼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번에 다 생겼다는 논문이 나와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 교수는 “모더나 논문을 봤는데 임상3상을 할 만큼 데이터가 나왔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최근 영국 논문을 보니 코로나19 완치자가 2~3개월 뒤 항체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백신 항체도 얼마나 유지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는 집단면역이 유지되려면 인구의 60~70%에 접종해 항체가 생겨야 하는데 자칫 독감 백신처럼 매년 맞아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는 자연 항체가 빨리 사라졌다고 해서 백신으로 생기는 항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풍토병처럼 되고 있다”며 “만약 백신이 나오지 못하더라도 면역세포인 T세포도 생기고 있어 감염 예방은 안되더라도 상황 악화를 막아 사망률을 낮춰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달 “코로나19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같다면 면역력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무총장은 ‘요즘 완치자도 항체 형성률이 높지 않고 코로나19의 변이로 인해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어떻게 될지는 2~3년, 최소 1년 이상 지켜봐야 해 아직은 정말 모른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1982년 발병해 현재까지 약 3,700만명을 숨지게 한 에이즈바이러스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변이가 많기는 하지만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복선’과 ‘주가부양’ 그림자=세계적으로 20개 이상 백신 임상시험이 이뤄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유망 백신 후보군으로 4개를 꼽는다. 모더나가 오는 27일부터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에 들어갈 예정이고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 2종은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신속승인) 대상 지정을 받았다. 속도 면에서는 브라질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영국 옥스퍼드대와 중국 시노백이 가장 빠른 단계다. 국내에서는 제넥신 컨소시엄이 임상1상 중이나 아무리 일러도 내년 여름은 돼야 임상3상까지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무총장은 “한두 달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백신을 개발해도 세계적 수요가 워낙 많아 여러 백신 제조국가에서 같이 대량생산해야 한다”며 “한국 등 백신 제조능력이 있는 곳은 접종 시작 후 상당수가 맞으려면 1~2년이면 가능하나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백신을 생산한 후 유리병과 주사기를 준비해 곳곳에 공급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시장의 승자가 몇몇 기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결국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주가부양 관점에서 백신 개발에 나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백신 생산을 추진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우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여전히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 먼저 마스크부터 쓰며 백신·치료제 드라이브를 거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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