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마스크의 정치경제학

■정무경 조달청장

정무경 조달청장

지난주 마스크를 사회학 관점에서 바라본 기고문 이후 지인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마스크가 하나의 상품에서 벗어나 ‘사회적 증후군’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마스크 대란을 겪으면서 국민 모두 거의 마스크 전문가가 됐고 특히 필자는 조달청이 지난 3개월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공적 마스크 제도’를 운영해오다 보니 마스크에 대한 관심과 애증이 남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자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경과 지역에 대한 봉쇄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다 경제가 급속히 악화하자 봉쇄해제 주장이 경제계와 정치권에서 강력히 제기됐다. 특히 미국같이 선거를 앞둔 국가에서는 경제회복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흥미로운 점은 방역과 경제의 충돌 지점에 ‘마스크’가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마스크의 정치경제학이라고나 할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마스크가 경제회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경제를 안전하게 재작동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하며 이렇게 한다면 지역사회 봉쇄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의 경제적 손실(국내총생산의 약 5%)을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시했다. 마스크가 생명뿐 아니라 경제도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스크는 지도자와 정당 지지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71%가 외출할 때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공화당 지지자는 약 52%, 민주당 지지자는 약 86%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적인 마스크 착용도 언론에 대서특필될 정도다. 마스크 착용 여부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보여주는 ‘정치적 잣대’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일본은 코로나19 초기에 벌레·곰팡이가 나오는 면 마스크를 공급했다가 일명 ‘아베 마스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마스크 등을 지원하는 ‘의료 실크로드’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지도자 리더십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초기에 마스크 수급 대란을 겪었지만 공적 마스크 제도 도입으로 수급 안정과 코로나19 확산 방지,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K방역에 대한 성공적 평가에 크게 기여했다. 조달청은 약 130개 제조사와 일괄계약을 통해 거의 지구 세 바퀴 반 이상(15만㎞)에 달하는 약 10억장의 마스크를 공급했다. 국민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달청이 중앙조달기관으로서 ‘경제방역’의 숨은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공적 마스크 제도는 지난 11일로 137일의 여정을 마치고 시장 기능에 다시 맡겨졌다. 밤낮·주말을 가리지 않고 마스크 생산과 판매에 최선을 다해준 마스크 제조사와 약사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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