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고(故)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과 관련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
16일 오전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표현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법세련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은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피해사실을 주장할 뿐, 박원순 시장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여러 증거 등을 볼 때 고소인은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명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해찬 대표가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라 표현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한 것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 있다”며 “이해찬 대표는 가해자가 누구 편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적 피해자 중심주의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호소인’이라는 2차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해찬 대표의 명예훼손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히 지켜왔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로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당으로선 고인의 부재로 현실적으로 진상규명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주길 바란다”며 “또한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 수단으로 쓰지 않길 강력히 부탁한다”고 했다.
같은날 이낙연 의원은 ‘피해 호소인’ 대신 ‘피해 고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역시 ‘피해자’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처절하게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입장 발표문에서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용어를 썼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피해 사실이 내부에 접수되고 조사 등이 진행돼야 ‘피해자’라는 말을 쓰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지난 4월 시장 비서실 남자 직원의 성폭행 사건 당시에는 고소한 직원을 ‘피해자’로 지칭한 바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