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적대정책 철회' 대화재개 조건에 선 그은 폼페이오

폼페이오 "비핵화 협상 ‘진정한 진전’" 제시
대선 앞두고 국면전환용 이벤트 없다 입장
韓은 한미워킹그룹 때리기...한미 갈등우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요건으로 비핵화 협상의 ‘진정한 진전’을 제시했다.

이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적대시 정책’ 철회를 3차 북미회담 조건으로 요구한 데 대해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미는 11월 미 대선 전까지 신경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듭 강조해 ‘10월 서프라이즈’ 3차 북미회담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주관한 대담에서 “진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2년여 년 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결과들을 달성하는 데 있어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경우에만 정상회담에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뉴욕이코노미클럽과 대담에선 대선 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 7월이다.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내놓은 담화의 반응으로도 분석된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 대선 이후까지 고려하며 대북제재 해제를 넘어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대화 재개 조건의 문턱을 높였다. 그는 “우리는 제재 해제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의제에서 완전 줴던져버렸다”며 “‘비핵화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상대)해야 한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계속 이어질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대응 능력 제고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제1부부장의 조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 실패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미 조야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 상응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큰 만큼 ‘진정한 진전’ 없이 미국이 지난 2차례 북미회담보다 후퇴한 합의 조건에 동의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전 국면전환을 위해 ‘영변 플러스 알파 대 제재 부분 완화’를 내용으로 깜짝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 확대회담에서 참석자들이 웃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3차 북미회담에 선을 그은 가운데 한국에서는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한미 워킹그룹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듭됐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한미워킹그룹은 해체돼야 한다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면 용기 있게 치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일부 입장에서는 한미워킹그룹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한미워킹그룹을 출범시킨 이유에 대해 “(2018년에) 한국 정부가 군사문제를 포함해 남북관계를 빠른 속도로 진전시켜나갈 것 같으니,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장악력이 떨어질까 봐 속도 조절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김영삼 정부 북핵 문제 발생 초기에 한미 갈등관계 현장에 있지 않았다”며 “강 장관은 미국의 그런 의도를 몰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처음부터 한미워킹그룹을 받은 것이 잘못”이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등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기본적으로 워킹그룹이 사사건건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한미워킹그룹은 해체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좋다”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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