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상의 예술 활동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임상빈 성신여대 서양학과 교수
대중을 위한 미술교양서 잇따라 출간
과거 담론, 예술 사조에 얽매이기 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예술 활동 실천해야
정치, 승자독식이라면 예술, 상생의 길


“19세기를 정치의 시대, 20세기를 경제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예술의 시대입니다. 19세기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 20세기 경제적 불평등을 뛰어넘어 미래의 상생으로 가는 길에 동반자가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

’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마로니에북스 펴냄)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마로니에 북스 펴냄)’ 등 대중을 위한 미술교양서를 잇따라 출간한 임상빈(사진) 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를 최근 만났다. 전업작가이자 미술교육자인 그는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예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 중 하나는 ‘예술작품은 전문작가가 작업실에서 만든 고귀하고 어려운 그 무엇’이다. 하지만 예술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19세기 근대 사회에서는 이념 논쟁이 팽배했던 시대로 정적을 제거하고 살아남기 위한 엄혹한 생존의 전략이 중요한 가치관이 되었다. 20세기는 산업화로 인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경제가 중심가치로 부상하면서 잘살게 되었다”면서 “이제는 우리는 더 잘살기 위해 예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이 어려운 게 아니라 자주 만나지 못하니 낯설 뿐이다. 집안을 꾸미는 행위는 작가가 되는 것이며, 완성된 인테리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비평가로 변신하게 된다. 삶의 모든 행위가 예술이며, 이 세상은 거대한 전시장”이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일상 속 예술가 되기’를 권하는 그는 “예술은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상생의 길”이라면서 “예술을 산에 비유하자면 오르는 길이 다양하고 산봉우리도 여럿”이라면서 “정답이 많은 예술에서는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 예술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예술가가 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까닭은 입시 위주의 교과목에 집중하는 교육환경이 주요 원인이라고 그는 지목했다. 임 교수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인재의 덕목으로 창의성, 사고력 등을 꼽으면서 정작 창작을 할 수 있는 예술 교육은 뒤로 물러나 있다. 게다가 창작행위를 비평할 수 있는 분위기도 미흡하다”면서 “어떠한 경계나 한계도 짓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로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술하는 일상이며,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굳이 미술을 전공하거나 미술사를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처음 미술에 관심이 생기면 미술사부터 공부하려 한다. ‘아는 게 힘’이라면서 미술사조를 먼저 외우려하는데, 이는 만들어진 틀에 자신의 생각을 가두기 쉽다”면서 “자유로운 사고의 걸림돌이며, 창의적인 활동을 스스로 제한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신여대에서 비전공학생을 위한 미술 교양 수업을 진행하는 그는 “학생들에게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동안 가둬놓은 생각의 틀을 풀어낼 것을 주문한다”면서 “이론부터 공부해야 직성이 풀리는 학생들에게 예술의 본질을 알려주기 위한 수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한 학기를 마치고 예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미술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은 임 교수는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 서양화과를 마치고 예일대 대학원 회화와 판화과를 졸업했다. 뉴욕 맨해튼에 갤러리가 모여있는 첼시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던 그는 미국 콜럼비아대 미술교육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술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는 동양의 철학에도 관심이 깊다. 사람의 얼굴을 관찰하던 그가 관상학, 명리학 그리고 주역 등 동양철학의 이론을 공부하면서 서양 미술 작품 속 인물을 대입시켜보기도 했다.

동양철학의 이론과 미술작품을 대입하며 실제를 확인하는 과정을 정리해 ‘예술적 얼굴책(박영사 펴냄)’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미술 작품 속 얼굴을 관찰하며 관상학을 대비해 보면서 동양철학의 실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동서양의 철학은 이미 기득권층의 담론인 만큼 이에 얽메이기 보다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하는 일상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면서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변화의 과정을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자. 역사에 예술을 가두지 말고 스스로 창조적 예술가가 되어보자”고 권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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