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 변호사. /사진=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캡쳐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해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쐈다. 현충원에 묻히면 안 된다”고 언급해 논란의 중심에 선 YTN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진행자 노영희 변호사가 하차를 결정한 가운데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친북반일’의 역사의식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 변호사의 발언은 ‘막말’이 아니라 ‘망언’”이라고 규정하면서 “노 변호사의 망언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랑스런 역사를 폄훼하고 부인하려는 진보 일부의 왜곡된 ‘친북반일’의 프레임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일본 극우파의 황국사관 망언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진보진영의 친북반일 사관은 일본보다 북한을 더 심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으로, 감정적 반일의식은 건드릴 수 없는 금기인 반면 북한에 대한 민족주의 감정은 평화와 화해라는 이름으로 진보의 핵심의제인 것”이라고 분석한 뒤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끝까지 분노하면서도 북한이 저지른 남침으로 수백만이 희생당한 역사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분노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김 교수는 이어 “이들은 항일투쟁이 6·25 전쟁보다 위대하고 6·25 영웅보다 항일투사를 심정적으로 더 좋아한다. 그래서 항일투쟁을 한 김일성도 영웅의 면모로 인식되는 것”이라면서 “약산 김원봉의 의열단 투쟁을 그의 북한 정권 참여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서도 같은 맥락”이라고도 적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자유대한민국을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낸 6·25 영웅의 공적은 일제시대 친일의 흔적만으로도 순식간에 역적이 되고 매국노가 된다. 이러한 친북반일의 극단을 노영희 변호사가 은연중 드러낸 것”이라며 “항일투쟁도 소중하지만,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낸 6·25 전쟁의 영웅과 무명용사의 희생·헌신은 지금 진보진영이 향유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친북반일의 진보인사들은 자신이 누리는 행복과 자유의 토대가 항일투쟁보다 6·25 전쟁에 있음을 명심하라”며 “제발 대한민국에 살고있음을 감사하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연합뉴스
한편 노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동안 ‘출발 새아침’을 아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오늘부로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은 그만두기로 했다”고 진행하던 프로그램 하차를 알렸다.
그러면서 노 변호사는 “저희 법무법인 서버가 다운되고 직원들이 일을 못하는 상황과 방송국에 대한 공격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추후 얘기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동안 아껴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앞서 노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오프닝을 통해 “월요일에 모 방송에서 백선엽 장군의 안장과 관련해서 했던 발언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노 변호사는 그러면서 “방송 중에도 정정을 했고, 제 개인 sns에도 두 번이나 글을 올렸습니다만, 화면상 백 장군이 자서전인가에서, ‘동포들을 향해 총을 겨눈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비판을 어쩔 수 없이 받겠다’는 내용으로 글을 써놓은 장면이 게시돼 있던 상황에서 생방 도중 제 발언이 섞여서 본의 아니게 잘못된 발언이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1960년대에 태어나서 반공 교육을 철저히 받고 자랐고, 늘 6.25 참전 용사나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던 제가 다른 뜻으로 발언을 한 것이 아니었고 다른 뜻을 가지고 있을 수도 없다”며 “다시 한 번 6.25 참전 용사나 호국영령분들, 그리고 우리 국군 장병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누가 될 수 있었던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노 변호사는 지난 13일 MBN ‘뉴스와이드’ 패널로 출연해 박 장군의 생전 인터뷰를 본 뒤 “저는 이해가 안 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친일파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현재까지 문제가 생긴다고 계속해서 얘기가 되어 왔는데 좀 전에 화면에서 나온 것처럼 ‘동포들을 향해 총을 겨눈 것이 어쩔 수 없다. 동포에게 총을 겨눴다’고 스스로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데 어떻게 저분이 6.25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에게 총을 쏴서 이긴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현실적으로 친일파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왜 친일 행적한 사람에 대해서 본인이 잘못했다고 반성도 없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남의 묘까지 자리를 만들어서 현충원에 묻혀야 하는지. 대전현충원도 사실은 묻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가 “‘우리 민족을 향해서 총을 쏘았던 6·25전쟁’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수정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으나, 노 변호사는 “6·25전쟁은 북한과 싸운 거 아닌가.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립현충원의 전몰용사들 대부분이 인민군과 싸우다 전사한 분들인데, 그럼 국립현충원 전체를 파묘하자는 얘긴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그럼 한국전쟁 때 국군이 일본군이랑 싸웠어야 하느냐. 찬반을 표하는 건 좋은데, 근거는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미래통합당은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노 변호사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