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허리 삐끗한 교통사고 경상환자...'한의통합치료' 통했다

5일~3주 미만 치료 요하는 환자
X선·MRI로도 증상 파악 어려워
일부 병·의원 '나이롱 환자' 취급
한약·침·추나 등 통합치료 효과
진료비 비중 4년새 43%로 껑충
동작침 병행하면 목통증 37%↓

최근 10년새 교통사고 사망자·중상자는 51% 감소했지만 5일 이상~3주 미만의 치료를 요하는 경상 환자는 41% 증가했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자동차보험으로 치료 받는 1·2위 질환은 ‘목 부위의 관절·인대 탈구 및 염좌·긴장’과 ‘허리뼈·골반의 관절·인대 탈구 및 염좌·긴장’. 환자 수와 진료비 모두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두 질환은 대부분 자동차 충돌사고 때 척추가 앞뒤로 강하게 출렁이면서 목뼈·허리뼈나 주변 근육·인대 등 연부조직을 함께 다친 ‘편타성 손상’과 관련이 있다. 교통사고 환자의 83%가 경험하는데 목·허리·어깨 통증과 저림, 팔다리 감각이상, 두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90%가량은 X-선 사진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또는 신경학적 소견이 뚜렷하지 않아 ‘나이롱 환자’라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 중에는 “병·의원에서 별다른 원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돌려보내거나, 자동차보험보다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에 유리한 실손보험으로 처리하려는 곳이 적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이 교통사고 충격으로 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뭉친 근육·인대 등을 풀어주고 제 자리에 가도록 추나요법으로 치료 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생한방병원

◇병·의원선 “X선·MRI 사진상 괜찮다” 나이롱 취급도

그래서 통증을 완화하고 목 등의 가동범위를 넓혀주는 한약·약침·침·추나요법 등 ‘한의통합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주는 한방 병·의원을 찾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실제로 2015~2019년 병·의원 진료비 청구건수가 4%(896만→932만건), 진료비가 5%(1조1,903억→1조2,497억원) 늘어나는 동안 한방병·의원 진료비 청구건수는 90%(542만→1,031만건), 진료비는 168%(3,576억→9,569억원) 증가했다. 한방병·의원의 진료비 비중도 23%에서 43%로 높아졌다.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한의 진료 비중의 약진은 보험·치료 영역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의 진료는 실손보험 적용이 안 되는 영역이 넓은 반면 자동차보험은 의과·한의 진료에 대해 동일하게 보험을 적용한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침·한약 등도 자동차보험에선 급여 대상이다. 게다가 한의통합치료는 통증 완화 효과가 빠르고 순간적 충격으로 어긋나거나 비틀린 관절 등도 바로잡아준다.

대한한방병원협회 이진호 부회장(자생한방병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영상진단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통증의 원인을 어혈(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 일정한 곳에 노폐물이 쌓이는 병증)로 보고 이를 풀어주고 충격으로 무너진 신체 균형을 맞추는 한의통합치료를 한다”며 “어혈을 방치하면 온몸의 기혈 흐름을 막아 다른 부위에도 해를 끼치고 근육·인대만 치료해서는 잘 낫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로 목 부위에 통증이 생긴 환자에게 한의사가 어혈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하는 약침을 투여하고 있다.

교통사고 초기에는 한약·약침으로 어혈을 치료하고 침·추나요법·부항 등으로 뭉친 연부조직을 풀어줘 통증을 줄인다. 약침은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해 경혈·통증 부위에 주입, 한약과 침의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염증·통증 감소 효과가 매우 빠르며 외부 충격으로 손상된 근육·인대 재생에도 좋다. 침 치료는 많은 연구를 통해 목·허리통증 등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목·허리통증 환자의 수술률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효과를 인정받은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등을 이용해 교통사고의 순간적 충격으로 어긋나거나 비틀린 관절을 바로잡고, 뭉치거나 약해진 근육·인대 등의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치료하고 통증을 완화해준다. 부항은 병의 원인이 되는 부위에 관을 흡착시켜 경락을 원활하게 해준다. 체내 독소를 빼고 혈액을 맑게 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뜸 치료는 사고로 인해 긴장된 심신을 안정시킨다.

이 부회장은 “한의통합치료는 교통사고 경상환자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 후유증 관리에 도움을 준다”며 “이런 이유로 한방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동작침 3회 병행 땐 NRS 목통증점수 37% 감소

교통사고 충격으로 인한 목 통증 완화에 한의통합치료가 효과적이지만 목뼈 부위(경추부) 동작침법 치료를 병행하면 통증완화 및 목의 가동범위 회복 속도가 2.6배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환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와 부천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교통사고 7일 안에 입원해 한의 통합치료를 받은 편타성 손상 환자 100명(19~70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비교임상연구 결과다. 환자들은 치료 전 목 통증점수가 숫자평가척도(NRS, 0~10점) 기준으로 5점 이상이었다.

경추부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환자의 양측 상부 승모근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목의 좌우 회전 등을 유도해 목 통증을 완화하고 움직임을 개선시키는 치료법으로 입원 2일·3일·4일차에 각 1회 시행했다.

‘한의통합치료+동작침법 병행군’의 통증점수는 치료 전 5.67점에서 동작침 치료를 마친 입원 5일차에 3.56점으로 37.2%(2.11점) 낮아졌다. 이는 한의통합치료만 받은 대조군의 통증점수 감소율 14.3%(0.78점, 5.44→4.66점)의 2.6배다. 퇴원일 목 통증점수는 3.27점으로 대조군 3.65점보다 10.4%(0.38점) 낮았다.

목을 뒤로 젖힐 수 있는 범위도 동작침법 병행군은 치료 전후(입원 2일차와 5일차) 22.8도에서 38도로 66.4%(15.2도) 늘어난 반면 대조군은 23.6도에서 31도로 31.4%(7.4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실렸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두리 한의사는 “한의통합치료 만으로도 교통사고 환자의 목 통증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경추부 동작침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최초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 결과 초기에 동작침법 치료를 병행하면 보다 빠르고 큰 통증 감소 및 움직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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