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앞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안내로 ‘신한류,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물결’이라는 신한류 확산모델의 미디어 전시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본격적인 시작은 욘사마의 머플러였다.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일본과 한국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문화 빗장을 과감하게 풀자 2000년대 들어 한국 드라마들이 대한해협을 건너가 일본 여성 팬을 사로 잡기 시작했다. 한국 멜로 드라마에 이어 보아를 비롯해 한국 가수들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 드라마와 대중가요는 중화권에서도 주요 관심 대상이 됐다. 드라마 대장금은 중동까지 퍼져 나갔다. 한번 물꼬를 튼 한류는 점점 거세졌다. 드라마, 영화, 음악에 질세라 게임도 한류 주자로 가세했다. BTS는 월드 투어로 모자라 유엔 총회 연설까지 했다.
2020년 현재, 여전히 한류는 인기다. 하지만 고민은 커지고 있다.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고, 점점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일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안타까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 지원은 중구난방이고, 부가 가치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탓이다.
이에 정부가 단일대오로 한류 정책을 펴기로 했다. 한류의 핵심 분야를 단순히 대중문화가 아닌 한국 문화 전체로 설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16일 정부를 대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한류 관련 대책의 명칭은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 계획’이다. 코로나 19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한류 확산 지원을 체계적으로 정교하게 추진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물론 기본은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다. 정부 주도 문화 수출 정책 실패 전례를 감안 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관련 브리핑에서 “지금 한류는 기로에 서 있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족의 문화 예술적 잠재력과 창의력이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함께 지원하고 협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한류 확산과 인기는 콘텐츠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세계 7위로,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3.9%로 성장했다. 또 한류 관광객 수는 2016년 136만 명에서 2019년 222만 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기존 한류 지원책의 효용성이 확 떨어졌다.
이에 문체부는 대중문화에 편향 된 한류의 범위를 넓히고, 화장품·패션·의류·식품 등 다른 산업과 한류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기로 했다. 또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한류의 과도한 상업성으로 불거진 반 한류 분위기를 없애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독일 문학상 후보에 오른 정유정 ‘종의 기원’과 편혜영의 ‘홀’.
게임, 문학 등 다른 한류도 '선수'로 키운다 |
이에 더해 최근 들어 성장세에 올라 탄 출판 한류를 적극 돕기로 했다. 특히 여성주의 문학은 일본, 미용·패션·육아 등 실용서는 중국, 범죄 소설은 유럽 등 권역별로 세분화한 콘텐츠 지원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영어 , 중국어, 일본어 외에 태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말레이어, 터키어, 아랍어 등 전략 언어 10개를 선정해 번역·출판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류가 다른 산업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식, 패션, 관광 등 다양한 한류 체험 행사를 문화 공연과 연계하고, 한류 스타 협업 소비재 한류 상품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한류 스타가 한국 문화 유산을 방문하는 콘텐츠도 제작할 예정이다.
마지막을 한류 확산의 걸림돌을 뽑는, 즉 규제 완화에도 본격 나서기로 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책의 핵심이 규제 완화 안에 있기 때문이다. 또 한류 콘텐츠의 해외 저작권 보호, 한류 빅데이터 수집 등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지속 가능한 한류 확산의 토대를 만들겠다”며 “한류 관련 정책 및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한류 소비층 확대 및 문화 교류를 통해 한류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