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지지율 데드크로스 …독주·오기 정치 멈춰라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또 K방역과 경제 분야에서 선방하고 있다며 경기회복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날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3~1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4.1%에 머물렀다. 반면 부정 평가는 51.7%로 긍정·부정 평가의 격차가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 밖으로 벗어났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는 우선 부동산정책 실패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정규직화 논란에 따른 청년실업 문제, 남북관계 위기 등 총체적 국정운영 실패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청와대와 여당의 독주와 오기 정치, 권력 독점에 대한 불만이 민심이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학자들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레임덕 초기 징후로 볼 수 있다”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정치의식은 높아지는데 현실 정치가 뒤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역할과 본분을 강조해 정치권 탓으로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다. 청와대는 임기 말에 국정 지지도를 유지하려면 독주와 오기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족쇄법·부동산법 등 막무가내 입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밀어붙이기 등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진정한 의회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한다. 여권은 제헌절을 맞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정신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