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제재, 선 안 넘는 트럼프와 레이 달리오의 걱정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美, 공산당원과 가족 여행금지 검토
트럼프, 홍콩 제재법도 실제 제재는 미뤄
대중 제재 ‘속빈강정’ 꼼꼼히 뜯어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선거를 겨냥해 겉으로는 강한 대중 정책을 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최대한 중국을 배려하면서 무역합의를 유지하려고 한다. /AP연합뉴스

중국을 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내가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16일 ‘트럼프의 대중 제재는 바이든과 中 엮기…선거효과 보며 단계적으로 내놓는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편에서 전해 드린 분석 내용이 입증된 셈입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 고위관료들이 중국 공산당원과 그의 가족들의 미국 여행금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것이 현실화하면 미중 긴장이 한층 고조시킬 수 있습니다.

비자발급 금지안은 아직 논의 초기 단계며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고 하는데요. 미국 이외의 지역에 있는 공산당원에게만 적용할지, 소급해서 처리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공산당원은 9,000만명가량되며 가족까지 합치면 수억명에 달합니다.

트럼프, "공산당 비자제한에 회의적"...중국과 관계 틀어지는 것 원치 않아
핵심은 지금부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조치가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해칠 수 있다는 것이죠.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면 그걸로 끝인 겁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강경정책과 수천억달러의 미국산 제품구매를 늘리게 하는 무역협정 사이에서 흔들려왔다”고 전했습니다.


전날 미 경제방송 CNBC도 의미 있는 기사를 하나 보도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과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관리 및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홍콩 제재법에 서명한 바 있는데 실제 제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의회가 통과시켰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실제 제재를 하면 중국이 크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적정 선에서 타협한 것입니다. 무역합의 때문에 신장 위구르 탄압 연루 관리의 제제를 늦췄다고 밝힌 것과 같은 접근법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는 방안들은 후속 조치와 세부 내용을 잘 뜯어봐야 합니다. 겉으로는 강하게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선거 전략상 중국에 강하게 나간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중국을 엮으려고 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든 선을 넘지 않으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방침을 거두고 실질적인 대중 제재 하거나 무역합의를 파기하는 일이 벌어지면 이는 그가 선거에서 극한에 몰린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무력충돌 전에 경제전쟁 벌어져"...미중 경제적 긴장 우려
어쨌든 갈수록 고조되는 미중 갈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2차 세계대전을 거론하면서 “보통 무력충돌 전에 경제전쟁이 일어난다”며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긴장이 무력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현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과거 사례를 연구했다는데요.

그는 “주요국들은 보호주의로 돌아서면서 관세를 인상하고 국내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려고 했다”며 “관세는 글로벌 경제를 약하게 하지만 내부에서의 정치적 지지를 받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공황은 사실상 모든 국가에 경제적 고통을 가져왔고 이것은 10년 후에 시작된 전쟁에서 국내외의 부를 둘러싼 싸움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는데요.

지난해에도 달리오는 세계경제 상황을 1930년대와 비슷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대공황이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금의 미중 갈등이 무력충돌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데 중요한 것은 그 당시의 조건과 지금이 같은지 입니다. 상황이 다르다면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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