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도 PC부품 직매입…용산의 눈물

쿠팡 이어 이베이코리아까지
용산 PC부품기업과 직매입 계약
상인들 "지금도 온라인 최저가 수준"
자금력·신뢰도 앞세운 이커머스와
사실상 경쟁 불가...생태계 붕괴

서울 용산전자상가 내에 자리한 컴퓨터 조립 업체들. 이커머스 기업 등이 컴퓨터 조립업체를 상대로 부품 직매입에 나서면서 그간 부품을 떼 온라인에서 판매해왔던 중소도매상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컴퓨터 부품 직매입에 속도를 내면서 용산전자상가에서 일하는 중소도매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미 용산의 ‘큰 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쿠팡에 이어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이 너도나도 용산 전자상가 직매입 시장에 진출하며 상인들의 설 자리가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용산 소재 컴퓨터 부품 기업을 대상으로 직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매입 중심인 쿠팡과 달리 이베이코리아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수수료만 받는 중개거래가 핵심 사업 모델이었다. 하지만 직매입을 통해 외형을 크게 확장한 쿠팡과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 중개거래 외에도 직매입 정책을 늘리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직매입 소식에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중소 도매상들은 비상이 걸렸다. SD카드·스피커·메모리·모니터 등 각종 컴퓨터 부품을 취급하는 용산의 중소 도매상들 입장에선 똑같이 직 매입을 하는 대형 이커머스와 경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용산 소재 한 도매상은 “쿠팡이나 이베이 등의 최저가 정책과 망 신뢰도를 바탕으로 컴퓨터 부품 판매 비중이 이커머스로 확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소 상인으로서는 로켓배송(쿠팡), 스마일배송(이베이·지마켓)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진행하는 배송 서비스를 따라잡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과거 ‘호갱’의 원조라 불리던 불명예와 달리 용산전자상가에서 요즘 판매하는 제품 가격은 사실상 온라인 최저 수준에 맞춰져 있다. 실제 국내 게이밍키보드 제조 기업 COX의 ‘레인보우 LED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 제품은 쿠팡에서 로켓배송 포함 3만 2,600원이다. 마스터셀러, 아인유니온와 같은 용산 도매상도 온라인상 판매가가 3만 2,600원으로 동일하다. 다만 용산 도매상은 배송비 2,500원이 추가돼 결과적으로 쿠팡보다 배송비만큼 비싸다. 한 컴퓨터 부품 기업 관계자는 “이커머스든 개인 사업자든 어느 누가 온라인에 10원이라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올리면 이커머스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즉시 그 가격에 맞춘다”며 가격 경쟁은 이미 따라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커머스의 최저가 가격에 더해 각종 할인 행사, 이벤트까지 하면 마진은 계속 내려간다. 1차 도매상의 일반적인 마진 수준은 5% 안팎인데 온라인 최저가에 가격을 설정하고 임대료, 인건비 등을 빼면 남는 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대형 도매상은 지난해 250억원 안팎 컴퓨터 부품을 판매했는데 실제 영업이익 수준은 2억~3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규모가 더 적거나 2차, 3차 도매상까지 내려가면 이익은 꿈도 꾸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가 용산을 침투할수록 용산 상인들의 살길은 점점 사라진다”며 “과거와 달리 철저하게 최저가를 추종하지만 그럴수록 용산에 있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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