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계열사들이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중구 서린동 ‘서린빌딩’/권욱기자
SK(034730)그룹이 20년째 본사로 쓰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이 매물로 나왔다. SK는 과거 SK인천석유화학(옛 인천정유)을 인수하기 위해 이 빌딩을 유동화했고 이후 일부 지분을 되샀다. SK㈜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옥을 재매입할지 주목된다.지난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건물 운용 주체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최근 SK서린빌딩 매각을 위해 국내 주요 부동산 운용사 및 컨설팅사를 대상으로 매각 자문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뿌렸다. 하나대투는 이달 내로 서류 접수를 완료하고 자문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진행,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린빌딩은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로 1999년 준공됐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주요 계열사 SK에너지·SK이노베이션(096770)·SK E&S 등이 입주해 있다. 서린빌딩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룹사를 한곳에 모으기 위해 추진했고 1992년부터 설계에 돌입했다. 최종현 회장의 작고(1998년) 1년 뒤 준공됐다.
SK㈜는 2005년 SK인천석유화학 인수를 위해 서린빌딩을 외국계투자가 메릴린치컨소시엄에 4,400억원에 매각했다. 국내 주요 재계 기업 중에서는 파격적으로 본사를 유동화해 신사업에 투자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후 SK㈜는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통해 계속 빌딩을 본사로 사용해왔다. 서린빌딩은 2011년 2월 하나대체투자자산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 ‘하나랜드칩사모투자신탁 33호’를 통해 인수됐다. 이 펀드는 SK㈜와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이 지분 65.2%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 다만 건물 소유주는 부동산 펀드가 지정한 신탁자 농협은행이다.
서린빌딩은 SK그룹의 뿌리와 같은 곳인 만큼 이번에는 SK㈜가 잔여지분 및 소유권을 가져올 것이 유력해 보인다. 임대차 계약기간은 2021년 3월까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에는 매각 가격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랜드마크성 건물인 만큼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SK그룹 관계자는 “임차 계약 기간이 남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강도원·박효정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