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17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끈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 축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마드리드=EPA연합뉴스
트로피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한 지네딘 지단(왼쪽) 감독과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 /마드리드=EPA연합뉴스
지난 2018~2019시즌 막바지인 지난해 3월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에 복귀한 지네딘 지단(48·프랑스)의 취임 일성은 이랬다. “레알 마드리드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놓고 싶습니다.”
지단 감독이 불과 1년여 만에 레알을 챔피언 자리에 다시 올려놓았다. 레알은 17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알프레도디스테파노 경기장에서 열린 비야레알과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홈경기에서 카림 벤제마의 2골(페널티킥 1골 포함)을 앞세워 2대1로 이겼다. 승점 86(26승8무3패)이 된 레알은 2위 바르셀로나(승점 79)를 7점 차로 따돌려 남은 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리그 중단 전까지 레알은 바르셀로나에 2점 뒤진 2위였으나 리그 재개 이후 10경기에서 전승을 거둬 역전 우승했다.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리그 3연패를 막아서며 3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것이다. 최다 우승팀인 레알은 2위 바르셀로나(26회)와 3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0회)의 우승 횟수를 더한 것과 거의 맞먹을 만큼의 트로피(34개)를 수집했다.
2018년 5월 감독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자마자 “팀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홀연히 떠났던 지단은 구단의 ‘SOS’로 278일 만에 돌아온 뒤 사실상 첫 시즌에 팀에 우승을 안겼다. 레알에서만 세 번째 리그 우승이다. 2003년 선수로서 트로피를 들었고 감독으로서는 2017년과 올해 우승을 보탰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벤투스 이적 이후 첫 우승이기도 하다. 호날두 대체선수로 지목돼온 킬리앙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를 영입하지 못했고 1,300억원에 데려온 에당 아자르는 잦은 부상으로 전력에 도움이 되지 못한데다 정리 대상 1순위 개러스 베일도 처리하지 못했지만 지단은 기어이 우승을 조련해냈다. 불안하던 수비가 10경기 4실점으로 안정을 찾은 가운데 ‘레알 11년차’ 벤제마가 21골(8도움)로 공격을 책임졌다. 지단은 “챔스 우승보다 더 기쁘다. 나는 내 일을 했을 뿐이고 각자 임무에 대해 의심하지 않은 선수들이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홈에서 오사수나에 1대2로 졌다. 리그 42경기 홈 무패 행진도 끝났다. 프리킥으로 리그 23호 골을 넣고도 웃지 못한 리오넬 메시는 “올 시즌 우리 팀은 작정하고 나온 상대에 약팀이나 다름없었다. 들쭉날쭉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