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둥지’를 키우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내 거점을 늘리고 직판망까지 구축하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17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연내 미국 보스턴과 유럽으로 해외거점을 확대한다. 아울러 연초에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미국법인을 기반으로 현지에 위탁개발(CDO)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바이오벤처들의 각종 연구와 초기 임상까지 개발과정을 대행하는 CDO를 통해 주력사업인 위탁생산(CMO) 일감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연내 실험실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326030)과 셀트리온(068270)그룹은 각각 미국·유럽에서 직접판매에 나섰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들은 우리의 독자적인 유통망이 아니라 해외 주요국 현지의 대형제약사 등을 통해 유통돼왔다. 이 같은 간접유통 방식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시장 관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제는 자체적인 해외판매망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중견제약사들의 해외 행보도 바쁘다. GC녹십자(006280)는 올해 4·4분기를 목표로 북미 혈액제제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고 유한양행(000100)은 유럽의 일부 주요 도시에 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국제적 역량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코로나19 대응성과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신뢰’라는 날개까지 단 만큼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진혁·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