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크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이자 백악관 선임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백만명이 실업에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라(find something new)’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이번 캠페인을 두고 마리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한 것과 비유하며 이방카를 조롱하고 있으며 현지 언론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은 아닙니다.)
/이방카 트럼프 트위터 캡쳐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방카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상회의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라’ 캠페인 광고가 공개됐습니다. 이방카는 “코로나19로 인해 불행하기도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기술을 배워야 한다”며, 이런 이들을 인력시장으로 복귀시키는 과정을 원활하게 만들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방카는 학생들에게 낯선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하고 명상과 기도를 하라며,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그녀는 대학이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라며, 일부 사람들은 ‘일률적인’ 4년제 대학 학위에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대학에 갈 필요는 없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 생태계가 변화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만큼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겁니다.
/트위터 캡쳐
가장 큰 문제는 이방카가 밝혔듯이 현재 미국 실업난의 주원인은 코로나19라는 점입니다. CNN은 “팬데믹(세계적대유행)이 계속되며 신체적·재정적으로 건강이 황폐해지는 가운데, 이 캐치프레이즈는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겪고 있는 실업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묘사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실업 상황은 심각합니다. 코로나19와 이를 막기 위한 봉쇄조치는 전례 없는 경제 붕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4월에만 2,05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경제 재개로 인해 5~6월에 재고용된 이들은 수백만명에 불과합니다. CNN은 2월 이후 여전히 1,5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상태이며, 매주 100만명 이상이 신규 실업수당을 청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주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경제 재개 계획을 중단하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어 실업은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소매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최근 점포의 문을 닫거나, 파산을 신청하고 있는 만큼, 고용 규모가 더욱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약 370만명의 확진자를 낸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이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의 경우 미국보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을 겪었지만, 비교적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신규 확진자 등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죠. 이와 달리 미국은 발병 이후 처음으로 하루에만 7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재확산으로 인한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트위터 캡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비판에 나섰습니다. 졸업 후 단 한 번도 직업을 찾을 필요가 없었던 이방카가 이런 캠페인을 펼칠 자격이 있느냐는 겁니다. 이방카는 졸업 후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회사에서 일했죠. 현재는 아버지를 위해 백악관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고요.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250만달러를 기부해 하버드에 입학했으며, 역시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방카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대기령이 내려졌을 당시 골프클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나 눈총을 받기도 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캠페인에 대한 반응도 차갑습니다. 네티즌들은 이번 캠페인이 ‘케이크를 먹으라(Let them eat cake)’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꼬고 있습니다. 가난해서 빵조차 먹지 못하는 이들을 앞에 두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과 같다는 것이죠.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