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인상된 8,720원으로 결정되자 편의점주협의회가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어 범법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며 “편의점 알바보다도 돈을 더 못가져간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분노가 ‘최저임금’으로만 향하는 것은 구조적 현실은 외면한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늘어나는 편의점, 즉 시장이 점차 포화돼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근본적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는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5월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평균 4%대에 머물던 점포 증가율은 지난해 말부터 6%대 안팎으로 상승했다. 반면 점포당 매출액 증감률은 2019년 -1% 대에서 2020년 3월 -8.1%, 4월 -7.4%, 5월 -4.9%로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어나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올해 1~5월까지 2월 한 달을 제외하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편의점을 많이 찾아도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편의점 시장이 포화 됐다는 증거는 전체 편의점 시장 자체의 매출 증가율 추이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17년 약 10% 이상씩 성장해온 편의점 시장은 2019년부터 4%대 안팎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배민마트 등 다양한 온라인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편의점 역시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즉 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소규모 자본으로 손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편의점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편의점 매출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편의점 업계는 출점 제한에 소극적이다. 2018년 자율협약으로 근접 출점 제한을 규제했을 뿐 이는 법적 강제력도 없다. 자신 회사의 가맹점은 늘리려고 하면서 다른 회사의 가맹점은 가로막아야 하는 제로섬 게임 특성상 ‘자율협약’으로는 늘어나는 편의점 점포 증가율을 손쉽게 막아서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편의점 3사에 더해 유통업계의 강자 이마트가 이마트 24라는 편의점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서 출점 경쟁은 더 치열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대 등으로 편의점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근 수년간 편의점 창업 인구가 크게 증가해 왔다”며 “온라인 이커머스 등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편의점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편의점 출점을 제한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