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등 정부 부동산 대책 반대 시민들이 18일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실거주 목적의 1세대 1주택자는 이번 7·10대책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가중되는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1주택자에 대해서도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0.2%~0.3%포인트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공시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 재산세가 30% 가량 증가하는 등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인해 서울에서는 항의 집회가 열렸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설명자료를 18일 내고 “7·10 대책은 다주택자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에 대해서만 조세 부담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언급한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부담 완화”와 궤를 같이한다.
7·10 대책에 한정한다면 틀린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좌초된 12·16 대책에 담겨있던 1주택자 종부세율 0.2~0.3%포인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시가 15억원 상당의 1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증가액(시가가 상승하지 않는 경우)은 연 6만(최대 공제 시)∼50만원(공제 미적용 시) 수준이며, 종부세를 납부하는 1주택자 대부분은 종부세 증가액이 이보다 더 낮다”고 밝혔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결과적으로는 모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부세를 납부하는 1주택자 중 시가 15억원(공시가격 12억원) 이하 1주택자는 전체의 59.1% 수준이다.
정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어도 부담이 커진다. 2020년 6월 기준 서울에 시가 31억7,000만원(공시지가 23억7,000만원) 아파트를 보유 중이라면 올해 내야 할 보유세(종부세+재산세)는 공제가 없을 경우 최대 1,788만5,304원이다. 내년에 주택의 시가가 34억5,000만원(공시지가 27억6,000만원)으로 오르면 보유세는 올해보다 62.1% 올라 최대 2,898만8,640원에 달할 전망이다. 무려 1,110만원 증가하는 것이다.
또 현재 서울에 시가 15억8,000만원(공시지가 11억원) 아파트를 보유 중이라면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공제가 없을 경우 최대 389만7,600원이나, 내년에 시가가 18억원(공시지가 13억5,000만원)으로 오르면 보유세는 최대 641만8,800만원을 기록해 올해보다 64.7% 상승한다. 정부는 “가격이 많이 상승한 주택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는데, 이는 집값이 많이 오른 고가주택에 대한 과세형평 측면에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장기간 보유했거나 고령자인 경우 종부세의 최대 7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이를 80%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세부담 완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산세에 대해서도 정부는 “세율 변동이 전혀 없어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공시가격 변동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재산세 부담이 크게 변동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올해 받은 재산세 고지서를 보면 약 30%나 늘어났다는 반발이 거세다. 실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7·10 취득세 소급적용 피해자 모임‘ 등은 18일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규제 소급적용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일반 서민인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를 정부가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형오(48)씨는 “지금은 다주택·1주택·무주택자 모두 무분별한 규제의 피해자가 된 상황”이라며 “우리가 내야 하는 것은 세금이 아니라 벌금과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투기수요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해나가되, 실수요자는 두텁게 보호하여 안정적인 주거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