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업 협의체가 지난 1월 한전에 보낸 공문. 협의체는 공공기관 지정 요건 충족을 위해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달라고 요청했다./사진제공=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실
발전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이유로 한전산업개발을 다시 공기업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각에서 일고 있다. 여당, 비정규직 근로자 등은 한전이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자회사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전은 재무부담 개선을 이유로 이에 대해 공식적인 검토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무리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집권당이 개별 기업의 경영에 ‘배 놔라 감 놔라’ 압박하는 것은 시장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19일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한전사업개발 최대 주주인 한국자유총연맹(지분율 31%)과 지분 매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발전 5개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를 논의해온 ‘발전사업 노·사·전문가협의체’는 민영화된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한전이 추가로 취득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협의체는 발전 5사 및 비정규직 근로자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됐으며 여당 인사도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2대 주주인 한전(지분율 29%)이 지분을 추가 매입해 한전산업개발을 공기업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이 기업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거나 30% 이상 보유한 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면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협의체가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고(故) 김용균씨의 사망사고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발전 공기업과 비정규직, 더불어민주당은 발전소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소속된 한전산업개발 처리 문제를 논의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여당이 한전산업개발의 공기업화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전은 시장원칙과 재무부담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전산업개발 보유 지분을 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산업개발은 1990년 한전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가 2003년 정부 방침에 따라 민영화됐다. 자유총연맹이 31%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한전이 2대 주주로 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전은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부담을 지는 것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전기요금 제도가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탓에 한전의 경영 실적은 외부 요인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적자가 1조2,765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1·4분기에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3년 만에 깜짝 흑자(4,306억원)를 냈다. 한전은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다지기 위해 전기요금 개편을 추진해왔으나 정부 안팎의 압박에 개편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분 추가 매입은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협의체에 여당도 포함돼있으니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