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서울경제DB
아시아나항공(020560)이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인수 무산을 기반으로 한 ‘플랜B’ 검토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HDC(012630)현산이 인수 작업을 중단한 채 별다른 대응이 없자 사실상 인수가 무산됐다고 판단하고 자체적인 계획 수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별도의 태스크포스(TF) 조직을 만들어 금호그룹에 잔류하는 안과 분리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별도의 TF 조직을 만들어 가동을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별도의 인사 발령 없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직원들로 TF를 구성해 비밀리에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TF 조직은 KDB산업은행과 HDC현산에는 알리지 않고 운영 중이라 별도의 인사 발령은 내지 않았다”며 “HDC현산과 거래가 무산됐을 때를 고려해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고려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첫 번째 안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남는 것이다. 이 경우 금호산업(002990)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접는다는 의미와도 동일한 터라 사실상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호산업으로서는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수년째 재정난에 시달리자 지난해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전 회장이 경영 일선 사퇴를 공표하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도 시작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을 접고 그룹에 남을 경우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267850) 사장과 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를 비롯해 박 전 회장의 측근들이 그룹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반발과 경영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 채권단이 경영진에 대한 의구심을 이유로 출자전환을 할 가능성도 크다.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결정하면 최대주주에 등극해 금호산업이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두 번째 안은 아시아나항공을 재정비해 일부 노선을 자회사에 나눠준 뒤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지분 역시 이번 매각 대상에서 포함됐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했던 잠재적 후보들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지속 요청한 바 있다. 매각 대상의 몸집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과 이렇다 할 시너지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에어서울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노선을 떠안아 설립해 운영 중인 상황이라 실적이 좋지 못하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지분이 44%에 불과해 경영권이 없는 지분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효율적인 노선 운항을 위해 유럽, 미주,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을 주요 노선으로 운영하고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 동남아와 일본, 중국 지역 노선 등을 떼어준 뒤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TF를 꾸려 매각 무산 이후 새로운 협상안을 가시화한 뒤 채권단에 보고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금호산업이 HDC현산에 매각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두 차례 발송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승인 절차는 지난 2일 러시아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계약서의 조항에 따라 이달 13일 거래종결일이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HDC현산은 부채 급증, 내부 회계관리 제도에 대한 회계법인의 부정적 의견 등 선행조건 미충족을 이유로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걸 산은 회장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인수·합병(M&A) 성사를 권유하는 등 정부가 중재에 나서 아시아나항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매각이 무산된 후 소송에 들어갈 경우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누적된 적자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상장 폐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플랜B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내 별도 TF 가동과 노선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 등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분리매각을 검토하라는 국회의 지적에 대해 올해 5월 공개한 답변에서 “매각 무산 시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역시 “플랜비와 관련한 TF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시진·이태규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