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중심의 산업 밸류 체인 균열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국가 경제의 안보와 생존 차원에서 제조업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지요.”
지난 6월 출범한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중기정책학회)의 초대회장에 오른 한정화(사진) 한양대 교수는 19일 서울경제와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강조했다.
학자 출신으로 2013년부터 근 3년간 중소기업청장까지 역임한 한 회장은 ‘제조업의 로컬 밸류체인 강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한 회장은 “국내 제조업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산업단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결국 산업단지가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을 불러모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歸農)’이 트렌드가 된 것처럼 공업지역 내 교육·육아·문화 시설 등 정주 요건을 강화하는 일종의 뉴딜 정책을 통해 ‘귀공(歸工)’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정부가 한국판 뉴딜에서 강조한 ‘산단 뉴딜’과 맥이 닿아 있다. 정부는 산단 뉴딜을 제조공정에 한정된 범위에서 확장해 산업 인프라 재구축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회장은 특히 귀공 정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외국인 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잇따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외국인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생산성도 떨어진다”며 “내국인의 산업단지 유입이 필요한데, 이는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강화를 통해 자영업 구조조정의 연착륙을 유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되면 포화 상태의 자영업에 뛰어드는 인력이 줄고 자영업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약 14만명의 자영업자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운명을 맞았는데 이들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제조업 강화는 필수라는 게 한 회장의 지론. 그는 “자영업 고용인원이 1,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 쏠림이 심각하다”며 “제조업으로 고용 창출을 유도해 공업 지역을 살만한 곳으로 탈바꿈하는 게 국가 경제의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정책학회는 상생·글로벌·소상공인·정책 등 4개 분야 포럼을 구성하고 유관 단체·기관과 연계해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 한다는 각오다. 한 회장은 “다방 면에서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개발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