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몇 개월 내 주한미군이 속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미 국방부가 이날 배포한 ‘국가국방전략(NDS) 이행:1년의 성취’ 자료에서 “각각의 전투사령부가 작전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존 임무와 태세를 통합하고 축소하는 백지상태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자료는 구체적으로 아프리카사령부·남부사령부·유럽사령부 등에서 검토와 조정 등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고 앞으로 몇 달 내 인도태평양사령부·북부사령부·수송사령부와도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 미군 재배치의 목적은 중국을 겨냥한 것인 만큼 북한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2018년 1월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초점을 맞춘 NDS 보고서를 마련한 뒤 특히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문제를 검토해왔다. 미국이 독일 주둔 미군을 9,500명 줄인 뒤 이 중 일부를 일본이나 호주에 재배치한다는 논의를 벌이는 것도 이 같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미 조야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 압박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시도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당국자를 인용해 국방부가 한국 주둔 미군을 감축하는 옵션들을 백악관에 제시했고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WSJ는 감축 옵션을 제시한 배경으로 전 세계 해외 미군의 재배치 계획에 주한미군도 포함됐다는 점을 설명했다. 백악관이 지난해 가을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철수를 위한 예비 옵션을 제시할 것을 지시했고 국방부가 올 3월 한국에 대한 일부(옵션)를 포함해 상당수의 옵션을 다듬어 백악관에 제시했다고 한다.
WSJ 보도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우리는 전 세계 군사태세를 일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보기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논의도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주한미군의 기능이 사실상 중국 대응보다는 대북용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수를 줄이고 조정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기 위해 해공군 전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본격화하면 대남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오판 등 한반도의 불안정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군은 당혹감 속에서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 관련 협의가 없었다며 사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국방부와 합참은 양국 군사외교 채널과 주한미군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 등을 통해 미 측의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진의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주한미군 실제 감축은 단기간 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켰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다만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를 압박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논의를 외교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 국회의사당./AFP=연합뉴스
한편 미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인 민주당을 포함해 그의 친정인 공화당까지 나서 주한미군 감축 반대론을 주장하고 있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국방부가 감축 옵션을 백악관에 제시했다는 WSJ 보도와 관련해 “이런 종류의 전략적 무능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수준으로 취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도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한국)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