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그린벨트, 미래세대 위해 계속 보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국무조정실은 “문 대통령이 정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세 가지 사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주택공급 물량 확대와 관련해 그간 검토해온 대안 외에 주택용지 마련을 위해 다양한 국공립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하기로 했다. 또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너머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그린벨트 보존방침을 확정함에 따라 당정청 간 혼선은 정리됐다. 지난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촉발됐다. 특히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해제에 무게를 둔 발언을 내놓으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으나 정 총리와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며 혼선이 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 부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주택공급 대책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내놓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발표시기가 이달 말에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논쟁만 벌인 '그린벨트 해제'
사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시 실효성 논란이 분분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강남권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집값 안정에 단기적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린벨트와 재건축 규제 완화가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공급 대책이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검토한 주택공급 방안 가운데 시장에 파급력이 가장 큰 것은 그린벨트 해제였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등 보금자리 주택지구 인접지를 개발해 1만가구가량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이 같은 방안은 백지화됐다.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불필요한 논쟁만 벌어지다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서울 고밀도 주거지 개발 탄력받을듯
서울 용산정비창도 기존보다 공급량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월 용산정비창 일대를 택지로 조성해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공급 물량이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다만,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만큼 도시계획 훼손과 혼잡도 우려 등으로 늘어날 수 있는 공급 물량은 수천 가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용 택지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군부지 가운데 상당수를 택지개발지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군 골프장과 예비군 훈련장, 수도방위사령부 관련 부지 등이 검토 가능한 후보지다. 서울 태릉골프장은 현재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성남·88·뉴서울CC 등도 택지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 거론된다. 또 국방부가 소유한 강남·서초구 일대 예비군훈련장과 수도방위사령부 관련 부지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앞서 이달 초 서울 동작구 본동 수방사 부지와 관련해 신혼희망타운 조성방안을 밝힌 바 있다.
3기 신도시 용적률 220%까지 올린다
정부가 이 같은 공급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장기적 공급 확대를 이끌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가 나와야 한다”며 “정부의 이번 공급대책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핵심 내용이 빠져 주택시장 안정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이번 공급 방안 가운데 핵심이 될 도심 내 용적률 완화는 한 차례 실패한 카드였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서울 내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용적률을 확대하는 대책을 내놓았는데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은 기존보다 100~200%포인트가량 상향됐는데 조건부 허용으로 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늘어난 용적률에 비례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도록 하면서 민간의 개발 유인을 끌어오는 데 실패한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가 용적률 완화 카드를 계속 활용하고 있는데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시장에서는 크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동효·윤경환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