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런, 노블에너지 50억달러에 인수..에너지업계 재편 본격화

수요 급감, 가격 하락으로 에너지 업체 기업가치 급락
M&A 통해 덩치 키우려는 기업에는 기회
에너지 업체들 파산도 이어져
코로나19 재확산에 유가 회복은 난망

미국 멕시코만에 위치한 쉐브론의 해상 정유 시설 /사진=쉐브론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에너지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 이번 M&A를 시작으로 코로나19 이후 원유수요 급감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 업계의 재편이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BC는 미국 2위 정유업체인 셰브런이 휴스턴에 본사를 둔 석유가스 업체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셰브런은 노블에너지를 인수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함께 연간 3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셰브런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에너지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낮은 생산원가와 건전한 재무구조 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이에 업계에서는 셰브런이 코로나19 이후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에너지 업체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셰브런은 지난해에도 셰일오일 전문업체 아나다코정유 인수를 시도하는 등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를 추진해왔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셰브런의 노블에너지 인수가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과잉과 코로나19 이후 수요급감으로 지난 4월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유가 약세가 지속되면서 에너지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에너지 업체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에너지 업체들의 파산도 이어지고 있다. 5월 말에는 미국 셰일가스혁명의 선구자였던 ‘체서피크’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체서피크의 파산보호 신청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체서피크는 수압파쇄법과 수평시추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등 미국 셰일에너지 혁명을 선도해온 상징적인 업체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전후로 체서피크를 비롯한 셰일에너지 업체들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미국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수출을 재개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셰일혁명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의 부담을 안겼으며 코로나19로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가격이 급락해 셰일 업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체서피크의 시가총액은 2008년 한때 350억달러에 달했으나 26일 종가 기준 1억1,6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체서피크의 파산보호신청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와 가스 가격이 현 수준에 머물 경우 향후 2년간 200개가 넘는 셰일기업이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회복은 여전히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올 초만 해도 배럴당 50~60달러에 달했으나 코로나19 이후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40달러선을 턱걸이 하고 있다. 다만 연초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인데다 최근 전 세계쩍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빨라지고 있어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전문 연구기관 JBC에너지는 최근 투자노트를 공개하며 “미국에서 누적 환자 수가 300만명을 돌파한 점을 고려하면 원유시장에 대한 낙관론은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로도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휘발유 수요 전망에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한국은행은 지난달 ‘저유가 지속 가능성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올해 안에 국제유가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