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따구가 왜 수돗물에서 나와?… “유해성 거의 없지만 먹지 말아야”

모기와 생김새 비슷하지만 치명적인 독성은 없어
국내 200여종 서식… 곤충 알레르기 환자는 위험
전문가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 관리 부실이 원인"

깔따구 성충

19일 오후 서울 중구 오피스텔 욕실에서 발견된 유충.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된다. /독자제공

지난 9일 인천 마전동의 한 주택에 설치된 수돗물 급수필터에 깔따구 유충으로 보이는 애벌레가 발견됐다. /독자제공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전국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유충의 정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각 지방자치단체 상수도사업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크게 깔따구, 매미, 파리로 확인됐다. 이 중 인천 수돗물에서 나온 애벌레가 깔다구 유충으로 드러나면서 깔다구의 유해성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깔따구는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곤충의 일종이다. 모기와 달리 사람을 물지 않고 하수구나 배수구 등 오염된 지역에 집단으로 서식한다. 주로 모내기철 무렵에 집단으로 발생한다. 감염병도 옮기지 않지만 사람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불쾌해충으로 분류한다.


깔따구 성충은 입부분이 퇴화돼 사람이나 동물을 물지 못한다. 통상 2~7일 정도 생존하고 300~600개의 알을 낳는다. 대신 유충은 오염된 물에 있는 유기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깔따구의 서식 여부가 수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통상 깔따구 유충은 오염도가 심한 4급수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약 200여종의 깔따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돗물에서 나온 깔따구 유충을 먹었더라도 일단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곤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곤충을 섭취했을 때 일어나는 알레르기 반응이 기도를 붓게 만들고 이 때문에 기도가 막힐 수 있어서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 깔따구 유충과 접촉했을 때 접촉성 피부염에 걸릴 수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천 수돗물에 깔따구 유충이 유입된 원인으로 정수장에서 쓰는 활성탄 여과지에 깔따구가 알을 낳았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는 숯과 비슷한 원리로 작용한다. 고농도 탄소입자로 수돗물 원수 내의 유기물을 잡아내 악취나 이물질을 제거한다. 활성탄 여과지의 세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정으로까지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과 함께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깔따구는 위생곤충학에서 불쾌해충으로 분류되지만 직접적으로 인체에 해를 주지는 않는다”며 “실수로 깔따구 유충이 든 수돗물을 마셨다면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곤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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