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그린벨트 해제, 애초에 안될 일

홍석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홍석준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제공=홍석준 의원실

미세먼지 농도에 관한 미 항공우주국 발표 자료나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동남아·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와 같이 세계 최하위 등급을 받는 그룹에 속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지만 보유하고 있는 자연의 흡수량은 그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기후변화정부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이자 우리 정부도 목표로 하는 탄소 중립과는 거리가 너무 먼 상황이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서울 도심과 도시 외곽의 기온은 평균 5℃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런 도시 열섬현상은 기온 차이와 식물의 계절현상 이상을 가져오는 것에 머물지 않고 기온 역전현상을 유발해 분지로 이루어진 서울에 덮개를 씌우며 서울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을 그 안에 가두는 특이한 현상까지 가져온다. 그 결과 식물이 자라는데 필수요인인 칼슘과 마그네슘을 토양으로부터 세탈시키고 독성이온인 알루미늄을 유리시켜 숲의 쇠퇴를 유발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외래종의 번성을 유발하며 서울에서 인류세 징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환경을 지배하는 생태학(ecology)의 원리에 따르면 환경 문제는 인간활동으로 발생하는 오염원(source)과 자연환경이 발휘하는 흡수원(sink)의 불균형으로 발생한다. 이런 원리에 바탕을 두고 몇몇 오염물질의 자정능력을 평가해 보니 그 답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는 그린벨트 지역의 숲을 포함해도 그 자정능력이 2%를 넘기지 못하였고,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은 6%, 그리고 오늘날 그 양이 크게 줄어든 황산화물도 10% 남짓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양을 추가하면 그나마 있던 자정능력조차 절반으로 떨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맑은 하늘을 경험했지만 요즘 계절이 여름인데도 전과 달리 다시 하늘이 희미해 보이는 배경이 바로 이러한 정화능력 부족에 있다.

지금은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라 오히려 숲 확장을 통한 자연의 정화능력 향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유엔(UN)은 최근 돌이킬 수 없는 지구환경 훼손을 우려해 내년부터 향후 10년을 상처받은 지구 치료를 위한 ‘생태계 복원 10년’으로 지정·선포했다. 이 기간 동안 UN은 대한민국 전체면적의 35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생태적으로 복원해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10.8~21.7%에 해당하는 13~26 기가톤을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수립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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