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위치해 ‘이름만 DMC’인 단지도 3.3㎡당 2,600만원을 받는데 서울에서 2,000만원도 받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 아닙니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분양일정을 서두르고 있는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주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협상을 두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상한제 전 분양을 추진하는 수색증산뉴타운 내 단지들이 잇달아 3.3㎡당 2,000만원 이하인 1,900만원대의 분양가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고양시 덕은지구보다 낮은 분양가다.
◇수색6·13구역 1,970만원 통보=21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수색6구역과 수색13구역은 최근 HUG로부터 3.3㎡당 1,97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통보받았다. 지난 2018년 분양한 수색9구역(DMC SK뷰)의 3.3㎡당 평균 분양가인 1,965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직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은 인근의 증산2구역도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조합원들은 2,100만원 안팎의 분양가를 기대했던 만큼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조합원은 “원래 살던 주민들에게 돈을 더 걷어 일반분양자들에게 수억원씩 이득을 챙겨주겠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실제로 이 수준으로 분양가가 확정되면 이들 단지는 4억~5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3.3㎡당 1,970만원으로 계산하면 전용면적 84㎡ 기준 7억원 초반 수준의 분양가다. 인근에서는 지난달 입주한 수색동 ‘DMC롯데캐슬더퍼스트’의 경우 같은 면적이 12억원까지 실거래된 바 있다.
◇해도 너무하다. ‘고양 덕은’ 2,000만원 넘는데=주민들은 같은 ‘DMC’ 이름을 달고 분양하는 경기 고양 덕은지구의 단지들과 비교해도 ‘차별’ 수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4월 덕은지구에서 분양한 ‘DMC리버시티자이’와 ‘DMC리버포레자이’는 일반분양가가 2,583만원, 2,630만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 분양가를 내려 5월에 분양한 ‘DMC리버시티자이’도 2,000만원(2,010만원)은 넘겼다. 택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지은 탓에 비싼 택지비가 분양가로 연결된 경우여서 사정은 다소 다르지만 똑같이 ‘DMC’를 붙인 단지임에도 입지가 더 나은 서울 내 단지들이 더 저렴하게 분양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HUG가 주변 시세나 조합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심사할 때 토지원가·건축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인근에서 분양한 사업지의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희국 미래통합당 의원은 “부동산 가격은 생산자와 공급자·수요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을 지키기 위한 강제성 때문에 소위 ‘로또 아파트’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