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대화 무단 인용 논란을 일으킨 김봉곤 작가가 21일 개인 SNS 계정을 통해 피해자와 독자, 출판사 및 동료 작가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도 반납했다.
김 작가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그간의 모든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0’님의 문제 제제기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다시 한번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언급한 ‘0’은 그의 소설 ‘여름. 스피드’에 등장하는 인물 영우의 실제 모델이다. 0은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김 작가에게 보냈던 페이스북 메시지가 동의 없이 소설 도입부에 인용됐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여름, 스피드’는 주인공이 사랑을 고백했으나 답이 없던 영우라는 인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은 후 다시 만나는 퀴어 소설이다. 김 작가는 2016년 등단 이후 스스로 게이 작가임을 밝히면서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자전 소설을 써왔다. 0은 소설로 인해 의도치 않게 사생활이 노출됐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김 작가는 0에 앞서 먼저 무단 인용 피해를 호소했던 다른 지인(트위터 아이디 다이섹슈얼)에게도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는 “고유의 삶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다이섹슈얼’님과 0님의 말씀을 통해 뒤늦게 깨닫고 이를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다이섹슈얼은 김 작가의 단편 ‘그런 생활’에 등장하는 ‘C누나’의 실제 모델이다. 그 역시 김 작가가 사적으로 주고 받은 적나라한 카카오톡 대화를 통째로 소설에 인용해 사생활 피해를 입었다며, 김 작가와 소설을 출간한 출판사 측에 문제 제기했다. 하지만 직접 항의에도 유의미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다이섹슈얼은 지난 10일 김 작가의 무단 인용 문제를 SNS를 통해 공론화했다.
또 김 작가는 “단행본 ‘여름, 스피드(문학동네 펴냄)’와 ‘시절과 기분(창비 펴냄)’을 모두 판매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절과 기분’에는 단편 ‘그런 생활’이 실려 있다. 이와 함께 “‘그런 생활’에 주어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반납하겠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직시하며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시 한번 “고통 받은 다이섹슈얼님과 0님께 사죄드린다”며 “독자 여러분, 출판 관계자 여러분, 동료 작가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