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005380) 수석부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번 회동에는 지난 5월 회동과 달리 반도체 사업부 핵심 경영진이 함께 해 배터리 외에도 자율주행차 영역까지 협력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유일한 대항마가 ‘삼성-현대차’ 동맹군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나 ‘미래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지난 5월 삼성SDI(006400) 천안사업장에서 회동해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 외에도 김기남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함께 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수석 부회장 외에도 서보신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사장, 박동일 연구개발기획조정담당 부사장 등이 참여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정 수석부회장과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미래차 모델 외에 수소차 등 친환경차 모델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현대차 경영진으로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대차 그룹의 미래 신성장 제품 및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현대차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및 수소전기차에 탑승하며 기술체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전경.
업계에서는 이날 회동에 김기남 부회장과 강인엽 사장이 참석한 것에 주목한다. 반도체 부문의 최고 경영진인 이들의 회동 참석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간 자율주행 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5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간의 회동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실제 자율주행차가 구현되려면 레이저로 사물의 거리를 알아내는 ‘라이다’와 같은 장비 및 운행 관련 빅데이터 외에 이를 구동할 반도체가 필수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육성중인데다 세계 최고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관련 칩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실제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프로그램인 ‘HW1’에는 인텔의 자회사인 모발아이의 칩을,‘ HW2’와 ‘HW2.5’에는 그래픽장치(GPU) 제작업체인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한 반면 지난해 출시한 ‘HW3’ 부터는 삼성전자와 칩을 공동 제작해 탑재 중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분야를 이끌고 있는 강인엽 사장이 이 부회장과 동행 했다는 점에서 현대차 자율주행시스템에도 삼성전자 칩이 탑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40억달러 규모의 자율주행 조인트벤처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등 관련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프로그램에 앱티브의 기술을 더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 할 방침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현재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고객군도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14년 출시된 테슬라의 HW1에는 256MB 크기의 D램 하나가 장착된 반면 HW3에는 8GB 크기의 D램 2개가 장착돼 있다. 자율주행차 시스템에 탑재된 D램 용량이 64배나 늘어난 셈이다. 특히 자율주행을 위한 연산 작업이 갈수록 고도화 돼 D램 수요는 이후에도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필수 데이터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낸드플래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세계 1위 전장 업체인 하만을 인수한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인만큼 전장 시장에서의 양사간 협업도 기대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현대차에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를 쓰고 있다. 다만 차량 기획에서 실제 양산까지 3년 가량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날 배터리 납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실제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의 전기차를 만나려면 2~3년 가량 걸릴 전망이다.
/양철민·박한신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