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빅·핀테크 윈윈하자" 민관협의체 3분기 중 출범

은성수, 주요그룹 대표와 간담회
"기울어진 운동장 나타나지 않게
공정한 심판 역할 하겠다" 강조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 등으로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네이버·카카오), 핀테크(토스 등) 간 갈등이 커지자 정부가 이들을 한데 불러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3·4분기에는 민관협의체를 발족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견을 조정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금융사·빅테크·핀테크 대표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권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 한동환 KB국민은행 부행장,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이 참석했고 빅·핀테크에서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가 자리했다. 학계에서는 정순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권, 빅·핀테크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최근의 긴장과 갈등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전통 금융사는 빅·핀테크가 사실상 금융업을 하고 있지만 이에 맞는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다며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빅테크에 “상호주의 아래에서 공정한 경쟁에 나서며 기존 금융법 체계에서 축적된 규제와 제도를 수용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빅·핀테크는 금융 보안과 소비자 보호를 유념하고 비금융업무와의 이해 상충 방지에도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권에도 “금융 산업 핵심 플레이어로서 자신감을 갖고 금융혁신,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최적의 전략이 무엇일지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쟁, 규제차익 측면에서 불합리한 제도가 있다면 함께 논의할 수 있게 구체적 사례나 사업모델, 규제사항에 대해 말해달라”며 “이에 기반한 건설적인 제안에는 언제든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은 위원장은 “정부도 금융 산업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나타나지 않게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위가 소개한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을 보면 미묘한 입장 차가 드러났다. 먼저 이승건 대표는 “금융회사는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상품 개발, 개별 상품 차원을 넘어서는 브랜드 선호 확보에 집중하고 플랫폼사업자는 광범위한 고객과 높은 이용 빈도를 확보해 금융사들을 위한 최고의 판매채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가 꺼리는 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가속화하자는 제언을 한 셈이다.

반면 정중호 소장은 “디지털금융의 핵심이자 경쟁력인 데이터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과 활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금융감독을 업권이 아닌 결제·수신·여신 등 기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등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금융사와 공유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최인혁 대표는 데이터 공유에 대한 언급은 없이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한 빅테크가 금융 분야 ‘디지털뉴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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