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초안' 검경 모두 반발...檢 "수사독립 침해" 警 "檢권한 되레 확대"

중대사건엔 법무부 장관 승인 등
靑, 검찰청법 시행령 잠정안 공개
檢 "직접수사 축소 현실화 우려"
警은 "검찰 수사범위 더 늘어나"
일각 "법무장관 힘 몰아줘" 비판도


청와대가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시행령 잠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내용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서로 엇갈린 해석을 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대사건의 수사개시를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에 대해 검찰은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되레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무부 장관에게 지나친 힘을 몰아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여권과 법무부·경찰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오후 대통령 직속 ‘국민을 위한 수사권 개혁 후속 추진단’ 회의를 열고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검찰청법 시행령 잠정안을 공개했다. 법무부와 경찰 등 관계기관으로도 전달된 시행령 초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하고 있다. 구체적 수사범위를 규정한 시행령에서는 △4급 이상 공직자 범죄 △3,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부패범죄 △마약범죄 중 밀수범죄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검사가 시행령에 명시되지 않은 범죄 중 사안이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우려되는 범죄를 직접 수사하려면 개시단계에서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마다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일일이 얻어내는 과정에서 수사의 독립성과 검찰의 중립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장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수사정보나 주요 증거들이 외부로 공개될 수 있어 수사의 밀행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한 검찰청법 8조와도 상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경찰은 이번 시행령 초안이 당초 수사권 조정안의 취지인 ‘검찰의 수사범위 축소’에 어긋난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청법이 6대 범죄로 검사의 수사범위를 제한했는데 결국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무엇이든 검찰이 수사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정한 헌법 75조에 따르면 시행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상세한 규정을 둘 수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검찰청법(법률)이 정한 수사범위를 시행령이 초과하기 때문에 헌법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시행령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한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주요 외국에서도 법령에서 검찰이 수사 가능한 조항을 정해놓은 곳은 없다”며 “검사의 직접수사 제한이 현실화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공직자 범죄의 경우 곧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3급 이상 공직자 범죄 수사를 가져가면 실제 검찰의 수사 대상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대로 경찰은 검찰이 마약범죄 중 밀수범죄와 사이버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불만이다. 시행령 잠정안에 마약수사는 6대 범죄 중 ‘경제’ 부문, 사이버수사는 ‘대형참사’ 부문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마약범죄가 6대 범죄 중 하나인 경제범죄에 포함된다고 강조해온 검찰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준호·한동훈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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