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 이전·태릉 개발...변죽 그만 울려라

집값 폭등 논란 속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수도 이전 카드를 꺼냈다. 그는 21일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 국회에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청와대·국회 등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한 데 이어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수도 이전을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습법에 따라 서울을 수도로 규정했으니 헌법 개정 등을 통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의 제안은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수도 이전 여부를 놓고 정치공방을 벌이다 보면 부동산 문제는 어느덧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여당 입장에서 수도 이전 이슈는 중장기적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충청권의 표를 모으는 정치적 카드가 될 수 있다. 김 대표가 이날 헌법 개정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수도 이전과 개헌을 연결해 이슈를 점화하려는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존 방침을 밝혔는데도 정부가 국가 소유인 서울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태릉골프장 일대는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시민들도 태릉골프장 일대를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이렇게 변죽만 울리는 대책 대신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8년 동안 서울 강남 및 비강남 지역 34개 아파트단지의 집값 변화를 조사한 결과 상승액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컸다는 분석 결과를 이날 내놓았다.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집값 폭등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 충분한 주택공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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