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환 ‘변화’
막히면 묵혀 생각하라. ‘동양적 서체추상’ ‘한국적 추상표현주의’로 널리 알려진 미술가 오수환의 해법이다.
지난 2006년 작가는 116.7×91㎝ 크기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변화(Variation)’라는 명제를 붙였으나 도통 흡족하지 않았다.
억지로 답을 찾고 완성을 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림이 막히자 그는 잠시 중단하기로 마음먹었다. 작품을 치워두고 수년간 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다시 보며 그림과 ‘대화’했다. 그렇게 12년이 흘렀고 색을 절제하던 과거 작업과 달리 과감하게 색을 쓰는 최근작으로 변화하기에 이르렀다. 형형색색의 물감이 발린 붓으로 자유분방한 필획을 구사하고, 물감이 이미 칠해진 캔버스 위에 또 다른 색을 덧칠하기도 했다.
묵혀뒀던 2006년작 ‘변화’는 2018년에 이르러 마침내 완성에 도달했다. 캔버스 뒷면에 작가가 적은 제작연도는 ‘2006~2018’이다.
“길이 한 방향만 있는 것 아니고 답이 하나뿐인 것 또한 아닙니다. 한 가지만 주장하는 세계관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회와의 관계를 타진하는 것이 곧 해법을 찾는 노력입니다. ‘대화’는 나 스스로의, 혹은 나와 작품의 대화이지만 이것은 사회나 사건과의 대화, 현실이나 역사와의 대화로 확장해 생각할 수도 있죠. 이를 통해 ‘이 세상이 화해할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합리적 현실을 향한 ‘화해의 빛’을 보여주는 것이 ‘대화’의 목적입니다.”
오수환 작가는 12년에 걸쳐 완성한 ‘변화’를 서울경제 창간 60주년을 축하하는 판화 제작을 위해 내놓았다. 지난 60년의 시대 변화를 함께 해온 서울경제신문의 역할과 논조가 작품에 깃든 소통과 화해, 해법 추구의 태도와 닿아 있다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의 판화는 프랑스 매그재단이 오수환만의 별도 판화집을 제작할 정도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