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SPC설립 카드 주목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가시화에
인적분할 방안 현실성 낮다 지적
2009년 DIP홀딩스 해법에 관심


두산그룹의 두산밥캣(241560)만큼은 지키겠다는 두산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분할한 뒤 사업회사는 매각하고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해 밥캣을 두산중공업의 직접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할방안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인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를 둘러싼 소송 문제다. 두산은 DICC와 관련해 IMM 프라이빗에쿼티(PE), 하나금융투자PE, 미래에셋자산운용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식매매대금 지급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 FI들은 두산밥캣 주식 약 829만주(8.2%)에 질권 설정을 해둔 상태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겨둔 상태로 만약 두산 측이 패소할 경우 밥캣 지분 소유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FI 측의 한 관계자는 “두산밥캣에 대한 질권 설정이 돼 있는 상태에서 회사 분할 매각 결정을 내릴 경우 별도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두산중공업 지분율(36.27%)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완전 경영권 인수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두산이 인프라코어를 전체 매각하는 대신 FI로 구성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지분 일부를 넘기는 방식으로 투자금 유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은 지난 2009년에도 FI들과 손잡고 SPC인 DIP홀딩스를 설립한 뒤 여기에 한국항공우주(KAI) 지분과 3개 계열사를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이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경우 회사 분할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아도 돼 빠른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적분할 보다는 과정이 간단해 구조조정 전문 FI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런 구조의 거래를 용인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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