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 건설현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에 글로벌 완성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포드가 가세했다. 두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품·소재 수입이 금지되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전달했다.21일 외신에 따르면 포드와 폭스바겐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적 분쟁이 전기차 생산 차질 및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청원을 지난 5월 ITC에 제출했다. 앞서 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최종 판결에서 기존 결정이 유지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폭스바겐은 청원에서 “어떤 구제명령이라도 SK이노베이션의 기존 고객에게 부수적인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끔찍한(catastrophic)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드는 “ITC의 명령이 포드의 사업과 소비자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 공중보건 복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황폐해진 미국 산업에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된 배터리를 폭스바겐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에,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에 공급한다.
반면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 지사는 LG화학의 우군으로 나섰다. 드와인 주지사는 5월 ITC에 “SK이노베이션의 불공정 경쟁을 시정하지 않으면 미국에 1,1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LG화학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LG화학은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G화학과 합작사를 세운 GM 역시 “지적재산·영업비밀이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건설현장 취업을 목적으로 불법 입국하려던 한국인 30여명이 미 당국에 적발돼 추방당한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과 정치인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을 두둔하고 나선 것은 미국 정부의 거부권과 관련이 깊다. 미국 대통령은 ITC의 최종 결정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60일 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소송 결과를 공익과 연관 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0년 이후 ITC에서 완료된 600여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단 1건뿐이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