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왼쪽 두번째) 대한의사협회장이 22일 서울 용산 협회 회의실에서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정부가 의사 수 확대와 비대면 진료 등을 추진하자 의사단체가 국민 안전을 볼모 삼은 ‘전국 총파업’을 꺼내 들며 저지에 나섰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재난 상황에서도 기득권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서울 용산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료계가 반대하는 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증원, 공공 의대 신설, 원격의료 등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물어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만6,809명의 참여 회원들은 4대 정책 모두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내비쳤으며 응답자 절반에 육박하는 42.6%는 정부가 이들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전면적인 투쟁 선언과 전국적 집단행동 돌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수위를 점차 높이는 방식의 단계별 투쟁’(29.4%), ‘의협의 결정에 따름’(23%) 이 뒤를 이었고 ‘투쟁 없이 정부와 대화’를 선택한 회원은 5%에 그쳤다. 정부 정책을 한 치도 수용할 수 없고,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의협은 이를 토대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 총회를 거쳐 전국 총파업을 포함한 대응책을 결정할 방침이다. 최대집 회장은 설문 결과 발표 직후 “정부가 적절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파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을 이어갔다.
의협은 총파업에 이르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제시했다. 당정은 오는 23일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한 협의를 할 계획이고, 오는 24일에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여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차례로 열린다. 두 안건 모두 의협이 정한 ‘4대악’ 정책인데, 사실상 백지화를 요구한 셈이다. 이와 관련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유행의 한가운데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의료계와 협의는 상당히 중요하다”면서도 “모든 상황에 대한 준비도 아울러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의사 수 확대가 절실한 시점에 의협의 주장에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의협은 정부의 주요정책이 국민 건강·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을 주요 반대 이유로 내세우지만,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들자 코로나19라는 국가 위기를 도외시한 ‘밥그릇 챙기기’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진다.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의사들은 건강보험 재정을 모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몸부림”이라고 지적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