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아이스크림의 탈을 쓴 유사 편의점에 커지는 곡소리

박민주 생활산업부


“2년 동안 공생했는데 최근 주인이 바뀌면서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과자·라면·생필품까지 다 들여오고 있네요. 비슷한 상품을 훨씬 싸게 파니까 단골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10m 거리를 두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의 하소연이다. 여름 한 철 장사로 여겼던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최근 과자·음료수·생필품 등 편의점 상품 구색을 갖추며 전국 곳곳으로 퍼져가자 편의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 아이스크림 할인점 중 규모가 가장 큰 빅3 브랜드(더달달·응응스크르·픽미픽미)의 매장 수는 각각 400여개로 1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 1인 창업 점포까지 합치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전국에 수천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최근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빙과류를 넘어 맥주와 스낵류 등으로 상품군을 넓혀가며 ‘유사 편의점’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매출 편의점 옆자리만 노린다’는 말이 돌 정도로 편의점 근처에 문을 열어 편의점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2018년 12월부터 신규 출점 시 인근 편의점으로부터 최소 50m 이상 떨어져야 하는 규약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유통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기존 편의점과 같은 건물이나 바로 옆에 들어와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편의점은 물론 동네슈퍼 등 다른 소매업체와의 갈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높은 가격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소매업자 간 과도한 가격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부 편의점주들은 이익을 포기하고 과도하게 가격을 낮춰 자체 행사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편의점주들의 아우성에도 그동안 편의점 가맹본부는 대응할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여름 성수기 반짝 장사로 치부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할인점뿐만 아니라 식음료 코너를 강화한 H&B스토어 등 유사 점포가 속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 고객 유인과 매출 활성화를 위한 대응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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