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와 택시 접촉 사건 현장 /유튜브 영상 캡처
접촉사고부터 처리하고 가라면서 ‘구급차’를 막아서 폐암 말기 응급 환자 이송을 지연시켜 국민적인 공분을 샀던 택시기사와 관련,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경찰은 해당 택시기사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전날 택시기사 최모(31)씨에게 특수폭행(고의사고)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이 이날 법원에 청구했다. 다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해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도로교통공단의 분석, 관련자 진술, 여죄 수사를 진행한 결과 사안이 중대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최씨가 고의적으로 응급차를 들이받았다고 판단하고 최씨에게 고의사고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일 사망한 환자의 아들 김모(46)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게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8일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심한 통증 등을 호소하는 암 환자 어머니를 사설 구급차에 태우고 이동하던 중 최씨의 택시와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구급차 운전사는 사고 직후 바로 차량에서 내려 “환자를 병원에 이송한 후 사건을 해결하자”고 했으나, 택시기사 최씨는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사고 처리 하고 가라”, “너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 키고 빨리 가려는 거 아니냐” 등의 발언을 하며 이송을 막았다. 최씨는 환자가 있는 구급차 문을 열어젖힌 뒤 환자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말다툼은 10여분간 이어졌고, 김씨의 어머니는 이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이송은 15분가량 늦어졌다. 김씨는 “의사는 (어머니가) 하혈을 너무 많이 하셔서 하혈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지만 각종 검사 위내시경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시던 도중 돌아가셨다”며 “(어머니는) 한 번도 하혈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날 택시와 사고 후 택시기사가 ‘너네 여기 응급환자 없지?’라며 구급차 문을 열어젖히고 히는 과정에서 쇼크를 받은 듯 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망 진단서에도 원인 모를 출혈이 1번으로 나와있다”며 “어머님은 무더운 날씨 탓에 쇼크를 받아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최씨에 대한) 죄목은 업무방해죄밖에 없다고 하는데,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71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최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기일은 24일로 정해졌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