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2045년 남북 시장·화폐·정치 통합 대여정 개척"

인사청문회서 "북미 멈칫해도 남북 목표는 지속"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북미관계가 멈칫하더라도 남북 간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시장·화폐·재정·정치가 통합되는 남북통일의 시점을 광복 100주년인 2045년으로 바라보고 대여정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후보자는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이 후보자는 “한반도 정세가 또 한 번 중대한 고비에 있다”며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거쳐 온 겨레의 소망을 타고 불어왔던 평화의 순풍이 멈췄다”고 운을 뗐다. 그는 “손에 잡힐 듯 했던 평화가 저만치 멀어진 듯한 상황이 한반도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열차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라는 두 개의 레일 위에서 나아가므로 두 개의 레일을 따라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문제 해결을 연계시키지 않고 병행함으로써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 낸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미관계가 멈칫 하더라도 남북관계는 그 자체로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의 동력에 힘입어 북미관계도 진전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선순환을 실현할 수 있다”며 “북측도 북미대화가 안된다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태도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자는 또 “남북은 다시 마주 앉아 서로 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약속을 실천하면서 멈췄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여야 한다”며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으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과감히 결단하고 쉼 없이 부단히 시도하려는 의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제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는데 무엇보다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과 같은 인도적 문제는 정치적 문제와 분리해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국경을 가리지 않는 질병, 재해, 재난, 기후변화 등에도 공동대응 할 수 있도록 남북협력의 분야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평화가 경제다’는 이제 당위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평화시대가 열려 남북경제협력이 재개되고 활성화되면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확대돼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 제재에 대해서는 “크고 작은 국제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함께 해나갈 수 있는 협력사업이 많다”며 “각계각층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번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자체, 민간단체, 여권은 물론 야권과도 더 많이 대화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 후보자는 “우리의 민주화와 산업화 성공 경험, 4차 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등 시대 변화, 북한의 변화는 통일정책의 토양과 환경을 바꾸고 있다”며 “남북간 자유롭게 왕래하고 투자하는 초보적 단계를 지나 산업과 자원이 연합하고 시장과 화폐가 통합되는 단계를 거쳐 재정과 정치의 통일을 준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대여정을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그 시점을 광복 100주년인 2045년으로 제시하면서 “남과 북이 공존하고 함께 번영해 나가기 위한 4단계 한반도 평화경제 로드맵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젊은 시절부터 품어온 평화통일을 향한 소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해 왔던 지난날의 행적을 돌아보았는데 순수한 열정으로 마음만 앞섰던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그 열정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대적 소명을 자각하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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